삽시간에 들어찬 물로 24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 이후 지하차도 안전대책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폭우 속 지하 공간 인명 사고가 수년째 되풀이되는 가운데, 침수가 빈번한 서울 중랑천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가 추진되고 있어 철저한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하화 1단계 사업 중 강남구 청담IC부터 중랑구 월릉IC까지 10.4㎞ 구간에 4차로 지하도로를 민간투자 방식으로 설치하고 기존 동부간선도로 구간을 지하화하는 계획이 이달 초 열린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결정됐다. 상습 정체를 해소하기 위한 대심도 지하터널을 올해 하반기 착공해 2028년 개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하화가 이뤄지는 구간은 상습 침수 지역인 중랑천변에 있다. 이틀간 전국 최대 200㎜에 육박하는 비가 내리며 풍수해 위기경보가 ‘심각’ 수준이던 14일 오전에는 중랑천 수위가 높아지며 한때 동부간선도로 양방향 전 구간 통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안전 기준을 준수해 설계 계획을 세웠다는 입장이다. 극한 강수에도 안전한 높이에 유입구를 위치시키고, 중랑천 범람 시에도 물이 들이치는 것을 막기 위해 터널 입구에 차수판을 설치한다는 설명이다. 시 도로계획과 관계자는 “200년 빈도 강수량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유입구 높이가 설계되며, 예상보다 많은 물이 유입될 경우에도 충분할 만큼 배수펌프를 구비할 것”이라며 “(민자사업구간) 설계업체가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등의 기준을 준수해 설계하고, 유사시 피난하기 위한 지상 대피로도 기준 간격에 맞춰 설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지하차도의 침수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지하차도 위험도를 평가하는 행안부 매뉴얼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지하 공간으로 유입되는 빗물뿐 아니라 인접한 하천·강의 제방이 터져 밀려들어 오는 물까지 고려해 설계 기준을 세워야 하는데, 서울을 비롯한 어떤 지방자치단체도 이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강우 외에 하천이나 외부 유입수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배수펌프 용량을 키우고 설계 기준을 상향하지 않는 한 위험 요인이 내재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송지하차도는 불과 2∼3분 사이에 물 6만t이 쏟아져 유입되며 436m 길이 지하 터널이 침수됐지만, 10㎞ 넘는 동부간선 지하도로는 이와 다른 유형의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낸 조성일 르네방재정책연구원장은 “(동부간선 지하도로는) 지하차도라기보다는 거대한 지하 도로로, 말하자면 물그릇이 크다”며 “짧은 지하차도에서 급격히 물이 들어차 일어난 오송 침수 피해와 다른 유형을 상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침수뿐 아니라 화재·폭발, 지하도로 천장 슬래브 붕괴 등 위험 요인에 대비해 꾸준히 연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개발 욕구는 많고 공간은 없는 과밀 상황에서 지하 개발 추세는 필연적이지만, 지하 개발로 얻는 이득만큼 미답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에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