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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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분양가… 회복세 탄 청약에 찬물 끼얹나

6월 평균 분양가 2022년比 11% ↑
2023년 비서울도 84㎡ 10억 넘게 팔려
6억 이하 ‘중저가’ 비중 갈수록 감소
규제 완화에 건설 원가 인상 등 영향
상승세 계속 되면 미분양 늘어날 듯

아파트 분양가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가파른 분양가 상승세가 최근 회복세에 접어든 청약 열기에 다시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621만62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7% 올랐다. 수도권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259만원, 서울은 3192만75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각각 12.22%, 13.16% 상승한 수치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올해 들어서는 비서울에서도 ‘국민평형’이라고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10억원을 넘긴 사례가 많다. 지난 4월 공급된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81㎡A)와 ‘광명 자이더포레나’(84㎡B)는 각각 10억400만원, 10억4500만원으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지난달에는 경기 의왕시에서 ‘인덕원 퍼스비엘’(84㎡A)이 평균 10억5175만원의 분양가에도 완판됐다.

분양가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비중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분양가 6억원 이하 민간 아파트 비중은 2021년 90.5%에서 지난해 76.8%, 올해는 72.0%까지 떨어졌다.

분양가가 이토록 오른 데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각종 건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고금리 여파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인건비 상승까지 맞물려 공사비가 전반적으로 크게 올랐다.

분양업계에서는 건설 원가 인상만큼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1·3대책으로 규제지역이 대거 해제되면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뺀 전국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게 됐다. 여기에 중도금 대출한도 상향(9억원→12억원),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조치 등까지 더해지며 사업주체가 분양가를 올릴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양가 상승이 계속되면 결국 분양시장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 뜨거워진 청약 열기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 전반이 얼어붙으면서 응축됐던 수요가 일시에 빠져나온 결과다. 수요가 몰리는 곳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에만 집중돼 있다. 청약 수요자들 사이에서 분양가 수준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청약 열기가 빠르게 식으며 다시 미분양이 늘어날 수 있다. 지방 일부 권역에서는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입주자를 찾지 못해 할인 분양으로 잔여세대를 모집하고 있는 단지가 여럿 있다.

분양시장의 불안요소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미분양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미분양 물량은 지난 2월 7만5438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최근 20년 평균치(6만2000가구)보다 여전히 10% 이상 많고,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분양가 부담이 커진 만큼 이를 상쇄할 만한 매력이 큰 아파트로 선별 청약하려는 수요가 두드러질 것”이라며 “소득이나 자산 수준이 낮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분양가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공공분양, 사전청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