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 A씨(23)가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돼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고인이 학부모들의 민원과 폭언에 무방비로 당했을 뿐만 아니라 교실 환경도 좋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직업이 공무원으로 표시된 B씨는 지난 2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서이초 사건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요즘 학부모들의 민원과 금쪽이들, 이에 대한 관계부처의 대처가 문제였던 것”이라고 적었다.
B씨가 첨부한 사진에는 A씨의 동료 교사가 적은 걸로 보이는 A씨의 생전 근무 환경의 이모저모가 자세히 적혔다.
글에 따르면 지난해 발령 난 신규 교사인 A씨는 올해 4지망으로 쓴 1학년을 배정받았으며, 나이스 업무도 맡았지만 나이스4세대로 바뀌면서 이른바 ‘멘붕’이 왔다고 한다.
또 A씨가 매우 열악한 환경의 교실에 있었다는 주장도 했다. A씨가 있던 교실은 같은 학년에서 동떨어져 있었고, 창문이 없어 해가 거의 들지 않고 음습한 창고가 딸려있었다는 것. 이에 A씨가 “너무 무섭고 우울하다. 창문을 뚫어주거나 (교실을) 바꿔달라”고 학교 측에 3번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한다.
교실 환경 개선 요청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B씨는 “돈도 돈인데 너무 과밀이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을 만큼 아이들을 밀어 넣는 교육청도 문제”라며 A씨가 창문도 없는 교실을 써야 했던 이유가 서이초등학교에 학생 수가 지나치게 많아 생긴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그는 “공동 학구인 서일초는 학급수가 굉장히 널널하다. 서이초에 몰리는 상황이다. 도저히 교실이 없고 한 반에 30명 이상이며 특별실 다 없애서 기형적 교실이 너무 많다”고 과밀학급(학생 수가 28명 이상인 학급) 문제도 언급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A씨가 학부모들로부터 시달렸다는 것이 B씨 주장이다. A씨 학급에는 4명의 문제 학생들이 있었고, 툭하면 바로 전화해서 난리 치는 학부모들이 있었다고.
B씨는 “고인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한 학부모의 잦은 전화로 힘들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면서 소름 끼친다, 방학하면 휴대전화 바꿔야겠다고 말했다더라”라고 전하며 “민원과 폭언에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난 13일에는 A씨가 한 학교폭력 사안을 학교장 종결로 마무리한 뒤 교실로 돌아오자, 기다리고 있던 피해자 학부모가 “넌 교사 자격도 없고 너 때문에 반이 엉망 됐다”고 폭언을 퍼부었다고 한다. 이날 A씨는 교내 선후배 모임에 참석했으나, 성실하고 묵묵한 성격이라 어떤 일을 당했는지 티 내지 않았다.
B씨는 “이 일 바로 직전에도 다른 반에서 학부모 민원이 엄청 나 베테랑 교사가 병가를 내는 일도 있었다”며 “고인은 신규였기 때문에 더욱 속 이야기를 못 했을 거로 생각한다”고 안타까워했다.
B씨는 A씨가 숨진 채 발견된 당일 상황을 전하며 숨지기 전날 무슨 일이 있던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B씨는 “18일 A씨 차는 학교에 있고 출근하지 않았다. 동료 교사와 교감이 집에 찾아갔으나 없었고, 3교시 후 아이들을 급식실로 이동시키고 실무사님이 창고를 열어봤다가 A씨를 발견했다”고 적었다.
이어 “17일에는 조퇴했는데 그런 일이 벌어진 건 그날 오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한다”고 말했다.
A씨 사망 이후에 대해서는 “교육청에서 입 단속하라고 했고, 보도는 교육청에서 할 거고 지침이 내려올 거라 했다”며 “당일 국과수랑 구급차, 경찰차 본 학부모가 연락해 고성 지르고 화냈다. 학교 측이 말을 못 하자 학부모들이 알권리 운운하며 민원 넣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고인과 제일 친해서 심적으로 힘든 교사들이 이리저리 조사받고 뒷수습하고 만신창이가 됐다”고도 토로했다. 그는 “학교 측은 입단속에만 급급하고 추모나 장례는 뒷전인 거 같아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추모 교실을 만들었다”고 씁쓸해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