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대만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국제우편물과 관련해 지난 나흘간 전국에서 2000건에 가까운 경찰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우편물 발신지로 적힌 대만 등과의 국제공조를 통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소포를 발송했는지를 파악할 방침이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대만 등지에서 수상한 소포가 배송됐다는 112 신고는 지난 20일 첫 신고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전국에서 총 1904건으로 파악됐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1647건에서 12시간 사이 257건 추가됐다. 경찰은 총 접수 건수 가운데 587건에 대한 소포를 수거해 수사 중이고, 나머지 1317건은 오인 신고로 확인했다. 경찰은 이날까지 우편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거나 독극물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생하지는 않아 무작위 테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 기체 독극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배달되면서 이후 전국에서 유사한 신고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에서도 유사한 소포가 발견돼 건물 안에 있던 1700여명이 한꺼번에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날 오전 인천 서구 심곡동 주택과 가좌동 상가에서도 “대만에서 택배가 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자신과 무관한 국제우편물이라고 판단해 신고했다고 전했다. 또한 인천 부평구 부개동의 아파트 인근에서도 대만발 우편물이 발견돼 경찰에 인계되기도 했다.
충남 천안의 한 가정집에도 소동이 있었다. 서북구 직산읍 소재 주택에 보내진 소포는 도착 당시 A4용지 크기의 비닐봉지에 싸여 있었다. 경찰은 군 폭발물 처리반과 천안시보건소 등의 엑스레이 측정에서 정체불명의 가스 검출이 확인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오인 건으로 분류됐다.
경찰은 노란색이나 검은색 우편 봉투에 ‘CHUNGHWA POST’, 발신지로 ‘P.O.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이라고 적힌 소포를 발견하면 열어 보지 말고 즉시 가까운 경찰관서나 112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주한 대만대표부는 지난 21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에서 최근 대만 등으로부터 발송된 수상한 소포가 전국에 유포된 것과 관련해 “조사 결과 해당 소포는 중국에서 최초 발송되어 대만을 중간 경유한 후 한국으로 최종 도달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을 즉각 재정부관무서(우리 세관에 해당)에 통보해 조사를 진행토록 했다”고 덧붙였다.
대표부는 자체 조사 결과와 관련 자료 등을 즉각 한국 경찰 및 관계 기관에 공유한 사실을 알리며 “현재 두 나라 관련 부서는 긴밀히 연락을 취하며 공조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부총리에 해당하는 정원찬(鄭文燦) 대만 행정원 부원장은 전날 “끝까지 추적 조사를 진행해 어떠한 부분을 강화해야 하는지 모든 상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만 언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