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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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한국은행의 고심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의 영향으로 7월에도 가계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던 한국은행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진다. 가계부채에 대한 경계감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 후퇴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을 선택하기도 어려운 국면이다. 세계일보는 24일가 지면에서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산업은행의 공고로 올해 M&A(인수·합병) 최대어로 꼽히는 HMM(옛 현대상선) 매각이 공식화된 것과 인수 의향 기업으로 거론되는 그룹들에 대한 소식도 전했다.

 

◆7월에도 늘어난 가계부채…딜레마 빠진 한은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8조5700억원으로 6월 말(678조2454억원)보다 3246억원 늘었다. 앞서 5월에 677조6122억원으로 2021년 12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 전월보다 증가한 뒤 6월에 이어 이번 달까지 늘어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담대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 전체 가계 대출 증가로 이어졌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담대(잔액 512조3397억원)는 이달 들어 20일까지 9389억원이나 불었다. 다만 신용대출(잔액 108조5221억원)은 지난달 말보다 4068억원 줄었다.

 

결국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 대출도 4월부터 7월까지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3월까지 계속 줄다가 4월과 5월, 6월 각각 2조3000억원, 4조2000억원, 5조9000억원 전월보다 늘었다. 금융당국 통계에서도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4월 이후 석 달 연속 증가했다. 

 

최근 4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여러 금통위원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큰 우려를 표했다. 만약 급격하게 늘어나면 금리나 거시건전성 등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4일 제주포럼 강연에서 “(기준) 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더니 3개월 동안 가계부채가 늘어났다”며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은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를 막으려면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한국 경제의 체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난다면 우리 경제의 큰 불안 요소”라면서도 “단기적으로 급격히 조정하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부동산 PF 문제나 역전세난, 새마을금고 사태 등이 그 예”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금리 인상보다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예외 축소와 같은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은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연착륙 방안’ 보고서에서 가계부채를 줄이고 연착륙에 성공하려면 거시건전성 정책 측면에서 △DSR 예외 대상 축소 △LTV(담보인정비율) 수준별 차등 금리 적용 △만기일시상환 대출 가산금리 적용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당국도 미시적 대책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한편 저축은행이 연체율 관리를 위해 신규대출 문턱을 높인 여파로 카드·캐피탈업계의 중금리 대출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대출 수요가 저축은행 대신 카드사에 몰리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카드·캐피탈업계의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2조1891억원을 기록했다. 카드·캐피탈업계의 중금리 대출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3분기 만이다. 대출 증가로 각 카드사의 1분기 연체율은 롯데(1.49%), 신한(1.37%), 우리(1.35%), KB국민(1.19%), 하나(1.14%), 삼성(1.10%) 등 대부분 1%를 웃돌아 카드사의 건전성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1위 HMM 주인 누가 될까

 

HMM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산은)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20일 HMM 경영권 공동 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공개매각 절차를 개시했다.

 

HMM은 2016년 해운업 침체에 따른 워크아웃으로 산은과 해진공으로 이뤄진 채권단의 관리를 받아왔다. 산은이 20.69%, 해진공이 19.96%의 HMM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산은과 해진공이 매각할 건 이뿐은 아니다. 두 기관은 HMM이 발행한 영구채 중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중 1조원가량을 주식으로 전환해 매각하겠다고 했다. 전환 시점은 올해 10월이며 주식으로는 2억주다. 현재 지분을 합치면 약 3억9900만주가량이다. 현재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 포함 희석기준 지분율로 따지면 38.9% 정도다.

 

산은과 해진공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매각한다고 한 것은 배임 혐의를 피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HMM이 발행한 영구채 CB와 BW의 전환가격은 5000원인데, 현재 HMM의 주가는 2만원대를 넘나든다. 사전 약정가격보다 주가가 높은데도 주식으로 바꾸지 않을 경우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했다는 면에서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영구채 문제는 그동안 HMM 매각 난이도를 높이는 요소로 거론됐다. 

 

HMM 주가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매각에 많은 돈이 든다는 뜻이다. HMM의 한 달 평균 시가총액이 최근 9조원을 넘었던 것을 고려하면 매각 대상인 구주의 시가는 4조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하면 매각가는 5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LX그룹, CJ그룹 등 주로 대기업들이 HMM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들 모두 인수전 참여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피력한 상태다.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HMM 지분 6.56%를 소유하고 있는 SM그룹이 유일하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한 언론인터뷰에서 HMM 인수 적정 가격으로 최대 4조5000억원을 제시하면서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HMM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꾼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입찰에 응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M의 현금동원력을 1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어 HMM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침체기에 돌입한 해운업 현황도 문제다.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1일 작년 동기 대비 4분의 1 수준인 966.45까지 떨어지는 등 해운업황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HMM의 올해 2분기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