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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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은지 오래인 ‘학부모 갑질’…“1학년 담임 5번 바뀐 적도”·“1년 내내 떨며 산다” 증언

이상우 교사 “교사들, ‘아무 잘못 안 해도 심각한 교권 침해를 당하고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품고 살아”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되지 않음. 뉴스1

 

지난 18일 교내에서 숨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A씨(23)가 학부모 갑질에 시달렸다는 증언이 잇따른 가운데, 교사들이 1년 동안 담임 선생이 5차례 이상 바뀔 정도로 심한 민원에 시달리는 등 늘 불안과 공포를 안고 산다는 주장도 나왔다.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경기 오산 금암초등학교 이상우 교사는 ‘교사들이 아동학대로 고소당하고 그러면 언제든지 교직 그만둘 수 있다는 위기 속에 살고 있다’고 고백했다.

 

16년차라는 이교사는 ‘(교사를 대하는) 분위기가 전과 많이 바뀌었다’면서 “전에는 어떤 선생님이 당했다고 하면 ‘혹시 선생님이 좀 실수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있었었는데 요즘에는 ‘누구나 당할 수 있는 거구나’, ‘내가 그동안 운이 좋았던 거구나’, ‘아무 잘못 안 해도 심각한 교권 침해를 당하고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다’ 하는 두려움이 매우 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에겐 우리나라 교실이 불안과 공포로 가득할 정도”라며 이는 예전에 비해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하는 건수가 현저하게 는 것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예전에는 주로 학생 자체에 대한 사건으로 부모까지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학부모들이 교사의 정당한 지도 행위, 수업에 대해 불만을 갖고 무리하게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거나 끊임없이 국민신문고나 교육지원청 또는 학교 교장실까지 찾아오면서 민원을 계속 제기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24일 오전 교사가 교내에서 숨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학부모 민원으로 1학년 담임 선생님이 최소 5번 이상 교체된 일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교사는 “1학년 학생이 수업시간에 돌아다니고 소리치고 친구들을 위협, 선생님이 제지를 했는데도 잘 안 돼 부모님께 말씀드리자 부모가 ‘우리 애가 어려서 그렇다. 함부로 낙인찍지 말아라’며 상담 권유에 따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담임 선생님이 힘들어 병휴직에 들어갔고 이후 기간제 선생님들도 감당이 안 돼 그만둬 여섯번째는 다른 교과 전담을 맡은 선생님이 맡게 됐다”고 했다.

 

이교사는 “이처럼 담임이 자주 교체되는 학교들이 존재한다”며 “어떤 경우는 ‘내년에 이 학생이랑 같은 학급 하지 않겠다’는 민원이 들어오고 (문제 학생이 있는) 그 학급은 기피 학급이 돼 선생님이 아무도 맡지 않으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초등학교도 그렇지만 중학교에선 선생님을 조롱한다든지 수업 방해 행동을 심하게 한다”며 “(학생이 수업시간 중)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는 그런 일도 있었다”고 답답해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이교사는 사안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함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동복지법이나 학교폭력예방법이 좋은 의도로 만들어졌는데 문제는 이것이 선생님의 교육 과정 위축시키고 다른 학생들을 오히려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며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 처벌법, 예방법의 전반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