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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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핵잠 잇단 한반도 공개 전개… 對北 확장억제력 시위

北 핵·미사일 도발에 고강도 경고

전략핵잠 켄터키함 떠난 지 사흘 만에
핵추진잠수함 아나폴리스 제주 입항
작전임무 수행 중 군수품 등 적재 목적

은밀성 핵심 버리고 존재감 과시 나서
美 전략자산 정례적 가시성 증진 차원
美 하원 “北뿐만 아닌 中 견제 조치”

미국 해군의 전략적 억제력을 상징하는 핵추진잠수함이 잇따라 한반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동 경로와 위치를 공개하지 않는 핵추진잠수함의 기존 움직임과는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핵·미사일 위협을 지속하고 있는 북한에 고강도 경고를 보내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핵잠수함 아나폴리스 제주 입항

24일 해군에 따르면 미 해군 로스앤젤레스(LA)급 핵추진잠수함 아나폴리스(SSN-760)가 이날 오전 제주 해군기지에 입항했다. 작전 임무를 수행하던 중 군수품 등을 적재하고자 제주 해군기지에 기항한 아나폴리스함은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교류 활동을 실시할 예정이다.

환영하는 장병들 24일 해군 제주기지에서 미국 해군의 핵추진잠수함 ‘아나폴리스’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든 우리 장병들의 환영을 받으며 입항하고 있다. 해군 제공

이번에 제주에 기항한 아나폴리스함은 LA급 잠수함의 49번째 함정이다. 지난해 9월 동해 공해상에서 진행된 한·미·일 대잠수함 훈련에 참가한 바 있다. 당시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아나폴리스함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으로 가정한 다음 탐지·추적을 실시하고 또 정보를 교환하며 상호운용성을 확인하는 훈련을 했다.

배수량이 6000t 넘는 LA급 핵추진잠수함은 1976년 처음 취역한 이래 1996년까지 60여척이 건조됐다. 전 세계 핵추진 잠수함 가운데 가장 많은 수량이 만들어졌다. 냉전 시절 미국이 소련(현 러시아) 잠수함과 수상함대를 공격하기 위해 건조한 LA급 잠수함은 냉전 이후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발사 및 특수전 플랫폼으로도 쓰이고 있으며, 정보 수집과 기뢰 부설 등 임무도 수행할 수 있어 ‘심해의 멀티플레이어’로 불린다.

실전에서 적함을 격침시킨 적은 없으나 걸프전쟁(1991) 등 미국의 핵심 군사작전에 참가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수중에서 발사하며 위력을 과시했다. 최신형인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이 등장한 이후에도 성능 개량을 통해 상당한 숫자가 현역에서 활동 중이다. 숀 코너리 주연의 잠수함 영화 ‘붉은 10월’(1990)에서는 소련의 최신예 전략핵잠수함을 추적하는 역할로 등장한 바 있다.

지난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이 입항한 모습.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핵잠수함 공개는 무력시위 목적

아나폴리스함의 방한은 지난 18∼21일 부산 해군 작전기지에 입항했던 미 해군 오하이오급(1만8000t)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가 떠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사거리가 1만2000㎞에 달하는 트라이던트-Ⅱ SLBM 20여발을 탑재하는 오하이오급 잠수함은 미군의 전략자산으로 분류되어 이동 과정이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부산에 왔던 켄터키함은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하는 등 공개 행보를 실시했다. 켄터키함에 앞서 지난달 부산에 기항한 핵추진 순항미사일잠수함(SSGN) 미시건도 공개적으로 방한을 했다. 손식 육군 특수전사령관(중장)과 박후병 해군 특수전전단장(준장)이 미시건함에 승선해 데릭 립슨 주한미군 특수전사령관 등과 한·미 연합 특수작전에 대해 논의한 모습도 공개됐다.

한반도에서 미 핵추진잠수함의 잇따른 공개 행보는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수중에서 움직이는 잠수함은 은밀성이 핵심이다. 잠재적 적성국이 잠수함을 추적할 단서를 얻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항해해야 생존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군이 핵추진잠수함에 대해 ‘위치 비공개’ 기조를 유지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 앞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하지만 최근 미 핵추진잠수함은 한반도에서 잇따라 공개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는 4월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후 채택한 워싱턴 선언에 포함된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증진’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 배치하는 효과를 내도록 전개 빈도를 높이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무력시위를 통해 확장억제력이 한반도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북한과 더불어 중국을 겨냥하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은 23일(현지시간) 미 ABC뉴스 인터뷰에서 켄터키함의 최근 부산 기항에 대해 “우리는 동해로 로켓을 발사하는 매우 공격적인 북한뿐 아니라 중국의 (대만을 향한) 공격성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은 우리가 핵잠수함으로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북한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머리에 만약 그들이 군사적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입력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