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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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정 수능 해치는 교사 ‘사교육 카르텔’ 의혹 전모 밝혀야

현직 교사 130여명 거액 받은 정황
킬러문항 세일즈에 도움 줬을 수도
돈벌이 교사는 교단서 퇴출되어야

현직 고교 교사 130여명이 유명 입시학원들에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 문제 출제, 강의, 입시 컨설팅 등을 해주고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부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국세청이 최근 메가스터디, 대성학원, 시대인재, 이강학원, 이투스 등 매출액 50억원 이상인 대형 학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무조사에서 드러난 정황이라고 한다. 사실이라면 ‘사교육 카르텔’에 현직 교사들이 광범위하게 연루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서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국세청 공식 발표가 없어 속단할 순 없지만 알려진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교사 130여명 중 1억원 이상을 받은 이가 60여명에 달하고 최대 9억3000만원을 받은 교사도 있다고 한다. 진학 상담을 하는 경기도 한 고교 교사는 학원에서 10년간 총 5억9000만원을 벌었다. 일부 교사는 수년간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업무에 참여해 수당까지 받았다. 수능 출제에 참여하거나 문제를 검토한 교사가 수능 모의고사 ‘킬러문항’ 출제 등에 참여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유명 학원들이 킬러문항 대비를 내세워 세일즈를 하는 데에 교사들이 일조했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스스로 교사 직분을 내팽개친 모럴 해저드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교사는 사립·공립학교를 떠나 국가공무원법상 영리 업무가 금지된다. 다만 ‘국가 및 공공 이익을 위한다’는 조건으로 학교장 허가를 받아 겸직이 가능할 뿐이다. 학원에서 거액을 받는 사교육 비즈니스 참여를 학교 측이 허가했을 리 만무하다. 적발된 교사 대부분이 겸직 허가 절차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사들이 외부 강의 등의 사례금 수수를 제한한 청탁금지법을 어겼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대다수 교사는 달라진 세태 속에서도 박봉과 격무를 사명감과 보람으로 견디며 교단에 서고 있다. 그들이 일부 교사의 일탈에 얼마나 큰 허탈감과 배신감을 느낄까. 교사가 돈벌이를 하려면 학원가로 향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당국은 사교육 카르텔 연루 실태를 낱낱이 파헤쳐 해당 교사가 아예 교단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엄벌해야 할 것이다.

교육 당국은 지난달 ‘공정한 수능 평가 실현’을 위해 수능 출제에 현장교사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교사들마저 사교육 카르텔에 연루돼 있다면 자칫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수능 출제에 참여한 교수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영리행위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