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한·미 금리차’ 난제 앞둔 한은, 금리 로드맵 수정할까 [뉴스 투데이]

美연준, 26일 ‘베이비스텝’ 유력
한·미 금리차 사상 첫 2%P 눈앞
고물가 여전… 추가인상 가능성도
‘동결 기조’ 한은, 파급 효과 고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상대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한·미 금리 차는 사상 처음으로 2%포인트를 기록하게 된다. 한은은 ‘금리 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언급해 왔지만, 대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23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26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이날 기준으로 99.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0.2%에 그쳤다.

연준이 베이비스텝을 밟을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5.5%로 오르게 된다. 이 경우 한국(3.5%)과 미국 간 정책금리 격차는 사상 처음으로 2%포인트(상단 기준)에 도달한다. 대내외 금리차가 벌어지면 일반적으로 국내 자본이 외국으로 유출되고 원화가 약세 경향을 보인다.

다만 최근 흐름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은은 강조해 왔다. 한은이 ‘금리 차에 기계적으로 반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배경이다. 실제 한·미 금리 차가 1.75%포인트로 벌어진 5월 이후에도 원·달러 환율은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다. 기존에 예상됐던 상황인 만큼 환율이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차가 커졌음에도 환율은 방향을 바꾸고 있다”며 “금리 차가 벌어지면 환율이 절하된다는 공식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오면서 한은의 예상 경로에 부합하는 것도 당분간 한은이 동결 기조를 밝힐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6월 물가상승률은 2%대로 내려왔고, 물가상승률 선행 지표인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2년7개월 만에 전년 대비 하락하면서 추가 물가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은은 6월 FOMC 이후 미국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금통위원들이 기준금리를 3.75%로 인상할 여지를 열어 놓겠다고 밝힌 이유 중 하나가 미국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총재는 지난 14일 제주포럼 강연에서 “미국이 금리를 두 번 올릴 수 있어, 우리가 금리를 내리면 사실상 격차가 훨씬 커져 외환 시장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7월 이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에 달려 있다. 문제는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연준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현재 2%에서 3%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를 달성하기 위해 잇달아 기준금리를 올리면 경제침체 우려가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는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고문이자 자사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엘 에리안의 분석을 인용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 추진하다가 금융시장이나 경제에 문제가 생길 위험을 감수하거나, 2%에 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향후 목표를 재검토할 준비를 해야 하는 선택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온실가스 감축 전환 비용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연준이 2%가 아닌 3%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