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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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 사의… 결국 해산수순 밟나

임기 1년 넘게 남았는데… “책임 지는 것”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공공이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설립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의 황정일 대표이사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예산의 3분의 2가량인 100억원이 삭감된 후 존폐 기로에 선 서사원이 결국 ‘해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 것으로 보인다.

 

2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황 대표는 전날 시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에 적은 사직 이유는 ‘개인사유’이고, 시점은 다음달 16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의 임기는 내년 10월까지로, 1년 넘게 남아 있다. 그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에 서울시의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되지 않는다면 자리에서 내려오겠다고 했는데, 그 말에 책임을 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조합원들이 25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임금체계 변경을 규탄하며 오세훈 서울시장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사회서비스원은 민간 공급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어르신·장애인·영유아 등에 대한 돌봄서비스를 공공(각 시·도)이 직접 제공하고자 전임 문재인정부 때 만들어진 기관이다. 2019년 설립된 서사원은 돌봄노동자 등 종사자가 500명에 육박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사회서비스원이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강한 의지를 갖고 설립을 밀어붙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에 복귀하고, 정권이 교체된 뒤 서사원의 경영 실태가 방만하다는 지적이 시와 시의회에서 잇따르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돌봄노동자들이 받는 급여가 민간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반면, 기관 설립 취지인 돌봄의 공공성 강화엔 크게 기여하지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말 예산 심의에서 시가 제출한 올해 서사원 출연금 168억원 중 100억원을 삭감해 통과시켰다. 시의회는 그러면서 서사원에 조직 재구조화 등 내용을 담은 자체혁신안(자구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서사원은 지난 4월 조기 퇴직 실시 등이 담긴 자구안을 발표했으나, 시의회는 임금체계 개선 등을 요구하며 사실상 ‘퇴짜’를 놨다. 이후 지난달 시의회에서 서사원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추경안이 통과되면서 당장 오는 9월부터 예산이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서사원은 전년도에 쓰고 남은 내부유보금 42억원이라도 사용하게 해달라고 시에 요청했으나, 시는 아직까지 사용 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

 

오 시장이 임명한 황 대표의 사퇴로 서사원은 결국 ‘해산 후 청산’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새 대표를 선임하기보다는 시 복지기획관이 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해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사원이 문을 닫는다면 마찬가지로 존폐 기로에 선 다른 시·도사회서비스원들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대구와 울산 등에선 사회서비스원이 이미 다른 기관과 통·폐합됐다.

 

서사원이 해산 절차에 들어갈 경우 제1노조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와 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이 거세게 저항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운수노조 서사원지부는 이날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돌봄노동자 권리를 지키기 위해 원청 사용자, ‘진짜 사장’인 오 시장과 직접 교섭을 통해 담판을 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시가 최근 서사원에 임금체계 개선방안을 제시하라는 검토 의견서를 보낸 점을 문제 삼으면서 “임금체계 변화는 노사교섭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며 노동자들의 동의가 필요한 일인데, 시는 막무가내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윤모·이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