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부터 진행된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390명 가운데 2370명(99.2%)이 “교권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교권침해 유형으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49%)이 1위를 차지했다. 학부모의 폭언·폭행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40.6%에 달했다. 이는 학생의 폭언·폭행(34.6%)보다도 높은 수치다. 교사들은 학부모 악성 민원의 경우 단순 교육활동 침해를 넘어 인격 모독에까지 이르는 사례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학부모의 교권침해를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상상 이상이다.
한 교사는 “학부모 상담 날 어머니 여러 명이 와서는 ‘올해 결혼할 계획 있냐, 학기 중에는 아이들 수업에 결손이 생기니 계획 있으면 (결혼을) 방학 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경험담을 털어놨다. “학부모가 아동 학대 관련 민원을 제기하며 ‘부모님까지 모셔 와서 같이 무릎 꿇고 빌라’고 했다”거나 “극성 학부모가 학생인권조례를 권리로만 인식하고 교사를 종 부리듯 했다”는 응답도 나왔다.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교사들의 억울함은 이제 폭발 일보 직전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전국 유·초·중등 교사를 대상으로 지난 주말 동안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 교사 1만4500여명 중 81.6%가 교육활동 중 어려움을 겪었던 항목으로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을 꼽았다. 놀랍게도 응답자의 28.6%는 이런 학부모 민원 발생 시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교육청의 지원을 경험했다는 응답률은 고작 1.8%에 그쳤다. 상식 밖 학부모 민원에 제대로 하소연도 못하고 속만 태웠을 교사들 고충이 어땠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교사들은 학부모 갑질과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가 보호받기 위한 대책으로 ‘교권침해 사안 교육감 고발 의무 법제화 등 가해자 처벌 강화’(63.9%)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학부모 인식 제고와 교육 및 서약서 등의 확인 절차’, ‘관리자가 직접 민원에 대응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전교조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해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라며 “이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목소리는 자기 방어권이 없다는 애절한 호소”라고 했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교육 당국이 교사들의 이런 아우성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 개정만큼이나 학부모 악성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교사 방어권 확보는 시급하며 중요하다.
[사설] 학부모 악성 민원이 교권침해 1위, 교사 방어권 확보 시급
기사입력 2023-07-26 00:30:11
기사수정 2023-07-26 00:30:10
기사수정 2023-07-26 00: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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