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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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광객, ‘위드 코로나’에도 해외 대신 국내 여행 갔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해제 이후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직은 국내 여행을 중심으로 수요가 느리게 회복되고 있다고 미 CNBC방송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광 전문 리서치그룹 스키프트가 지난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선 항공 좌석 공급량은 완전히 회복됐지만 국제선 좌석은 500만 석에 그쳐 코로나19 이전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볼프강 알트 중국 해외관광 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용선(龍船) 축제 관광의 경우 이미 2019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해외여행은 여행 건수 기준 2019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CNBC에 전했다. 용선 축제는 매년 5월 중국 단오절을 맞아 열리는 중화권의 대표적인 행사다. 

 

당초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중국 국경 개방의 주요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5월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방문한 중국인 방문객 수는 여전히 2019년 동기 대비 60%를 밑돌았다. 

 

알트 CEO는 저렴한 항공편 부족, 해외 여행비자를 위한 긴 대기시간 등이 중국의 국외 관광 회복세가 더디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중국 내에서) 국내 관광이 명성이나 질적인 면에서 우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행선지도 바뀌고 있다. 리서치 회사 모닝컨설트의 지난달 중국인 9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북아프리카와 중동 방문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전년 대비 각각 11%, 8% 증가해 전체 지역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미국·캐나다 등 북미 방문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지난해 37%에서 올해 19%까지 줄었다.

 

스콧 모스코위츠 모닝컨설트 수석 애널리스트는 변화의 원인을 항공편 수용 능력과 지정학적 요인에서 찾았다. 그는 “중동과 북아프리카로 향하는 항공편은 팬데믹 이전 수준에 비해 극적인 회복세를 보였지만 북미, 특히 미국과 캐나다로 향하는 항공편은 가장 제한적인 회복세를 보였다”며 “중국과 서방의 관계 악화가 (여행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북미 항공사가 러시아 영공을 통과할 수 없게 되면서 중국과 북미 간 비행시간이 길어지고 항공편 가격도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모스코위츠는 “중국이 최근 (중동과 북아프리카와) 외교 및 비즈니스 관계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이는 항공편 수요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중국 언론의 보도와 이 지역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을 증가시키고, 결국 여행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닝컨설트는 올해 더 많은 중국 관광객이 해외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12개월 내로 해외여행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지난해 7월 28%에서 지난달 52%까지 상승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