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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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는 빙산의 일각…제가 아는 올해 극단선택 하신 분만 네분이십니다” [긴급점검-교사들의 호소⑤]

서울 2년차 초등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전국 교사들의 애도와 분노가 들불처럼 일고 있다. 그의 죽음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추정에 교사들은 거리에 나와 “터질 게 터진 것”이라며 “우리 모두의 일이다. 현장에서는 더한 일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말 그렇게까지 많을까?’ 의구심이 들어 초등교사인 지인들에게 물었다. 하나같이 ‘정말 그렇다’고 했다. 그중 한 교사는 “동료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보내온 A4용지 20페이지 분량에는 상상 이상으로 암울한 현장이 담겼다. 이 교사들은 “이제는 제발 바꿔달라”며 절절하게 호소했다. 모든 문장에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교육당국과 정치권 등이 부랴부랴 내놓고 있는 개선안, 대책 등이 얼마나 현장과 동떨어진 공염불인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통상의 기사나 인터뷰로는 그들의 진정성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생각 끝에 교사 7인이 보내온 답변을 그대로 독자에게 전하기로 했다. 문답형식으로 각자 답변한 내용만 정리했다.  

27일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정문에 서이초등학교 극단 선택 교사를 추모하는 검은 리본이 달려있다. 연합뉴스

⑤경기도/3년차/비공개

 

1.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교권 침해, 각종 과도한 학부모 민원 내용이 실제 일선 학교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인지요?

 

“세상 일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언론에 보도된 것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아마 경력 2~3년만 되셔도 크든 작든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경험은 다 있으실 겁니다.

 

제 주변에서 있었던 일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신규일 때, 저와 같이 발령받으셨던 여선생님께서는 개학 첫 날, 학부모에게 연락이 잘 안 된다는 이유로 수업시간이 되었는데도 복도에서 학생들이 다 보는 눈 앞에서 문책을 당하셨습니다. 해당 교실은 교장실 근처였으나 교장이 나선 일은 없었습니다. 후에 교장이 힘든 일을 물어 그 여선생님께서 위의 일을 말씀드리니 그런 거는 힘든 것도 아니라는 말만 들으셨습니다.

 

또한, 올해 학교에서 제가 가장 유명한 학생을 맡게 되었습니다. 해당 학생은 특수 학생이나 어머니께서 특수임을 부정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그 학생은 학교에 나오면 욕을 자주 하였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그 친구를 많이 도와주기도 하였지만, 욕설은 멈추지 않았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욕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렇게 욕을 많이 하지만 저는 그 학생을 지도할 수 없습니다. 그 학생을 지도하거나 학부모께 상황 설명을 말씀드리면 아이의 말만 듣고 저에게 따지셨습니다. 한번은 교장선생님께서 어머님과 학생이 함께 있을 때, 살갑게 대하며 대화를 나누셨는데 이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셨는지 대화와 관련하여 항의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과 통화하시고 난 뒤에는 교장선생님께서 하시지도 않았던 말씀을 하셨다며 우리 아이에게 써서는 안 되는 단어를 쓰셨다고 저에게 말씀하시며 교장선생님께 본인한테 사과하시라고 전달하라고 했습니다. 늘 말씀하시기로는 욕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며 애가 얼마나 힘들면 욕을 하겠냐, 그럼에도 아이의 마음을 안 살펴준 것은 교사들의 방임이고 직무유기다라고 주장하셨습니다.”

 

2. 과도한 학부모 민원이 많아진 이유가 뭐라고 보시는지요?

 

“학부모 사이에서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가 퍼진 것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3. 교사에 대한 민원이 발생했을 때 학교 관리자들은 어떤 도움을 주는지요?

 

“관리자들에 따라 다르지만, 제가 만나뵈었던 분들은 민원사안이 너무 커지거나 관리자급과 면담을 요청하면 열심히 면담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다만, 자신에게는 절대 얘기하지 말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면담을 하며 교사의 업무 미숙등으로 뭉개며 사과하는 등의 해결방식을 취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현행 법에서는 아동학대 징후가 보이면 관리자는 의무적으로 교사를 신고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 때문에 정당한 지도라도 겁많은 관리자들이 신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 학생들 간의 갈등·폭력이 일어났을 때 담임교사나 학폭 담당 교사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요?

 

“현 제도가 개선이 되어 교육청으로 많은 업무가 이관이 되었다 하나, 교육청 이관 전까지는 담임과 학폭담당교사가 많은 업무를 처리하게 됩니다. 먼저, 담임은 지속적으로 관련 학생 학부모와 연락을 취해야 합니다. 사안이 사안이다보니 학부모님들께서 날이 서 있는 경우가 많고, 조금이라도 과격하신 분들은 답답한 마음을 교사에게 푸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학폭담당교사에게 이관이 되어도 아랑곳않고 담임교사한테만 연락을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현재 ‘학교폭력’의 정의에 있다 생각합니다. 지금 정의로는 학생 간 갈등이 어느 곳에서 터지든 학교폭력이며 교사가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교사에게는 수사권 등의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습니다. 권한과 권리는 하나도 없는데 의무만 있는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자녀가 학교폭력에 관련되었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나신 나머지 아이의 이후 교우관계를 고려하지 못하고 무조건 상대방의 엄벌만을 주장하시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현행 제도가 많은 학폭을 줄였는지는 몰라도 사소한 갈등마저 돌이킬 수 없는 갈등으로 발전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학부모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옛날의 뉴스 보도나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부분만 보고 ‘학교는 학교폭력 발생 시 타격이 크기에 학폭을 쉬쉬한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습니다. 학폭이 발생한다해서 교육청에게 학교가 징계를 받는 경우도 없으며, 교육청이 학교에게 어떤 해를 가할 방법도 현 제도내에서는 없거나 적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의 관계 회복을 위해 교사가 상담하고 서로 사과하였으나 후에 부모에게 알려져 ‘교사가 덮으려했다’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이런 일이 많아지게 되자 교사들은 갈등 발생시에도 중재하거나 교육하려는 경우가 많이 적어지고 있습니다.”

 

5. 학부모와 교육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먼저, 교육당국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민원체계를 바꿔주세요. 저는 이번에 나이스 업체에 문의하면서 정말 놀란 것이 있습니다. 아주 주요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큰 일이었지만 전화상담원에게는 저희가 들을 수 있는 답변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정도의 일은 개발팀이 해결할 수 있고, 개발팀의 답변을 듣고 싶으면 홈페이지에서 별도의 방법으로 문의를 하라는 것이였습니다.

 

저는 여기서 매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교사는 해당 학급의 학부모의 모든 문의와 민원을 다 혼자서 받아야 합니다. 또한, 이제는 당연시되는 녹음, 상담 전 상담원 보호를 위한 안내멘트 모두 교사의 상담전화에는 달려있지 않은 기능입니다. 즉, 모든 담임교사는 언제든 민원에 시달릴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입니다. 부디 학교 내 전화에 유선전화에 녹음기능을 모두 추가하고, 학교내에서 상담을 따로 맡는 부서를 둘 수 있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둘째, 교대 교육과정과 담임체계를 수정해주세요. 현재 교대 교육과정은 학문적 지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교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실무적 지식입니다. 교육법책에는 나오지 않는 수업상황 대처, 학부모 민원 대처, 교무행정적 지식 등…. 그러나 교대 4년 과정동안에서 저희가 실무지식을 배울 수 있을 때는 총 2달하고 1주가 다인 실습기간과 4학년 때 겨우 한 학기 배우는 교직실무뿐입니다. 이마저 교수가 누구인지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지식이 천차만별입니다.

 

교대 교육과정의 문제는 첫 발령시에 나타납니다. 4년동안 실무지식은 한번도 쌓지 못 한 이십대 초중반 청년은 업무분장을 통해 학급에 밀어넣어집니다. 정말 막막합니다. 학급경영은 어떻게 해야할지, 수업자료는 어떻게 연구해야 할지. 물론, 교사 커뮤니티가 잘 되어있지만 갓 임용된 신규는 가입하기 어렵습니다. 즉, 주변 친구와 선배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며칠 익히고 수업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다른 직종은 수습, 시보라는 제도가 있는 걸로 압니다. 하지만 우리 교사에게는 없습니다.

 

그냥 바로 들어온 신규도 경력 30년이 넘는 중견교사 옆 반에 배정받을 수 있습니다. 동료교사의 업무 배려요? 지금 교육현장에서는 경력이 높아도 모든 일이 맡기에 부담스럽습니다. 근데 그런 업무를 얼굴도 못 본 신규를 위해 2, 3개씩 더 맡는 분이 계실까요? 따라서, 1급 정교사가 아닌 2급 정교사까지는 인턴, 시보 등의 기간을 거쳐 멘토선생님께 많은 지식을 전수받고 담임에 투입되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또는 한 수업을 여러 반에게 할 수 있는 전담 등의 자리를 신규들에게 우선배정하는 제도가 생겨 신규들이 수업에 대해서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맞다 생각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셋째, 과도한 초등교사의 수업시수를 줄여주세요. 우리 교사는 주5일 근무하며 4시반에 퇴근하니 편한 직업으로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근무 8시간 중 대략 6시간 가까이를 서서 수업을 하며 보내야 합니다. 초등 담임의 수업시수는 대략 주 24시간 혹은 26시간입니다. 하루에 4~5시간은 가르쳐야 하는 것입니다.

 

그게 다 같은 교과가 아니고 모두 다른 교과일 때가 맞습니다. 즉, 자료가 쌓이기 전까지는 6시간 수업하고 2시간 남짓의 근무시간동안 업무보고 내일 있을 5시간의 수업까지 다 연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 중, 고등교사는 주당 수업시수가 대략 15시간인 것으로 압니다. 초등이 5분 수업시간이 짧은 걸 감안해도, 수업준비, 수업진행하며 소모되는 체력들을 생각해보면 매우매우 큰 차이입니다. 바라옵건대 제발 학교에 배치되는 전담교사의 수를 늘려 초등교사들의 수업시수 부담을 줄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늘린 전담교사 자리를 신규들로 채우면 위의 문제도 같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넷째, 한 번 들어오면 없어지지 않는 업무 관행을 없애주세요. 정권이 바뀌거나 교육계에 큰 사고가 터지면 어김없이 여러 연수와 교육들이 추가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수업이나 제도 중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은 크게 없습니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이 아무리 무용을 주장해도 절대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업무들이 쌓이기만 하는 겁니다. 또한, 정보, 방과후, 예고되어 있는 늘봄 등 교육기관인 학교에 계속해서 보육정책을 가져옵니다. 현재 초등교사들이 늘봄에 대해서 격렬히 반대하는 이유는 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위 업무들은 처음에는 남는 교실 사용한다, 교사에게 업무부담 절대 안 가게 한다라면서 교육청에서 학교에 추가한 업무들입니다. 그런데 결국 저 업무들은 고스란히 교사의 몫이 되어 현재 기피업무에 해당하는 업무들입니다.

 

현재 교사들은 알지도 못하는 서버망을 공부해야 하며, 정보기자재를 관리하고, 수업이 다 끝난 방과후에도 방과후 수업을 관리하며 강사 관리, 방과후 관련 학부모 민원까지 처리해야 합니다. 심지어 유휴교실이 없다면 잘 쓰고 있던 교실마저 뺏겨 갈 곳 없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분명히 저 업무들은 모두 교사에게 부담이 안 간다 하면서 들어온 업무들입니다. 이번에 들어올 늘봄도 지자체가 아닌 학교에서 보육을 담당하라고 하며 지금은 전담사가 담당한다고 하지만 전담사 선발과 관리는 누가 하며 인력이 빌 때는 누가 그 자리를 메꾸어야 할까요? 심지어 업무 시간이 늘어날거라면서 수당 등 보상 또한 줄 수 없다고 하니 이를 누가 반길까요?

 

다섯째, 법적으로 취약한 교사들을 보호해주세요. 우리나라에서 단체에 속해서 업무를 하던 중 생긴 소송을 개인 떠안아야 하는 경우는 매우 적고, 그 중 하나가 교사라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행안부공무원이며 교육청 소속입니다. 그런데 왜 교행은 업무과실이 일어나면 교육청 상대 소송인데, 교사는 과실이 아닌 일에 대해서도 개인이 소송 부담을 떠안아야 하나요? 아동학대 등의 고소에 대해서 교육청 등의 단체에서 대응할 수 있게 법적 보호막을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학부모들께 바라는 점은 하나입니다. 저희를 믿어주세요. 저희는 이전처럼 폭력적인 교육을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습니다. 저희도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도 사람입니다. 속상하신 건 알지만 저희에게 모든 부정적 감정을 쏟아내시면 저희도 매우 힘듭니다. 저희는 그런 걸 견디는 방법을 배우지도 않고 그런 방법 또한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러니 저희를 믿고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저희와 대화를 해보신 후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리=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