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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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와의 전쟁” vs “국민 우습게 아는 처사”… 尹, 방통위원장에 이동관 지명

李 “가짜뉴스, 자유민주 파괴
공정한 정보 유통 조성 총력”

김영호 통일장관 임명 재가
다음주 일부 부처 2차 개각

KBS·MBC에 전 정권 이사 포진
남영진 KBS이사장 해임절차 착수

네이버 등 포털 뉴스도 손볼 듯
제평위 법제화·알고리즘 조사 촉각

野 “MB사찰 장본인… 언론 장악용”
7개 언론단체도 지명 철회 촉구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이동관(사진)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지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동관 방통위 체제를 통해 국정과제인 공영방송 개혁과 미디어 산업 전반의 정책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 같은 인선을 발표하며 “언론계 중진으로서 언론분야에서 쌓은 풍부한 인간관계, 네트워킹, 리더십을 바탕으로 윤석열정부 방송통신분야의 국정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지명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가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자는 지명 소감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각국 정부와 시민단체가 모두 그 대응에 골몰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복원과 자유롭고 소통이 잘 이뤄지는 정보 유통 환경 조성에 먼저 총력을 기울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대한민국에도 BBC 인터내셔널이나 일본 NHK 국제방송처럼 국제적으로 신뢰받고 인정받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넷플릭스처럼 거대 콘텐츠 유통 기업이 있어야 한다”며 공영방송 대수술을 예고했다.

 

이 후보자는 “세계 각국은 글로벌 미디어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치열한 환경 변화 속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과감한 규제 혁신, 정책지원을 통해서 한국이 글로벌 미디어 산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정부 청와대에서 홍보수석비서관과 대통령 언론특보를 지냈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TV조선 점수를 변경했다는 의혹으로 기소돼 지난 5월 면직 처분을 받은 뒤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일찌감치 낙점됐다. 이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다음달 공식 취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이날 김영호 통일부 장관 임명을 재가하고 임명장을 수여했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주 일부 부처에 대한 2차 개각에도 나설 것으로도 전해졌다. 국정과제 이행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을 받았던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최근 집중호우로 수해 관리 능력 논란이 일었던 환경부 등 3, 4개 부처가 개각 검토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통일부 장관 교체로 개각 폭을 최소화했던 윤 대통령은 추가 개각을 통해 하반기 국정동력을 확보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편향 논란’ 공영방송 이사회 구도 재편·경영진 교체 신호탄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 특보가 방송통신위원장이 되면 KBS 등 공영방송 이사회 구도 재편과 경영진 교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당은 공영방송이 이념편향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 후보자도 지명 직후 내놓은 소감문에서 ‘대한민국에도 BBC 인터내셔널, NHK 국제방송같이 국제적으로 신뢰받고 인정받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국민을 무시한 방송장악용 오기 인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임명, 수신료 징수, 공공기관 소유 방송사 지분 매각 결정권, 방송 규제와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등 방송사와 관련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방통위는 KBS와 MBC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도입한 데 이어, KBS 이사를 잇따라 제재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13일 윤석년 이사 해임 건의안을 의결했다. 윤 전 이사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변경 의혹과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방만 경영 방치 책임을 물어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 절차에도 착수했다. 방통위는 이날 남 이사장에 해임제청 처분사전통지서를 유치송달(당사자가 받지 않아 송달 장소에 서류를 두어 송달로 인정하는 것)하면서 청문 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방통위는 다음달 9일 남 이사장에 대한 청문 후 다음달 16일 전체회의에서 남 이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는 전 정권 인사가 포진한 KBS 이사진 구도를 개편한 뒤 현 KBS 사장을 교체하려는 과정이라는 해석이다. KBS 이사회는 KBS 사장 임명·해임 제청 권한을 가지는데, 윤 전 이사와 남 이사장 자리에 친여권 인사를 임명하면 KBS 이사회는 기존 여야 4대 7 구도에서 6대 5로 달라진다.

 

방통위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검사·감독에 나섰다가 중단한 상태다. 현재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 중이다. 방통위는 야당 측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이 단식 농성을 벌이면서 검사·감독을 중단했지만, ‘감사원 감사 기간 중’에만 중단키로 해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전경. 연합뉴스

방문진 검사·감독은 MBC 사장 선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현재 방문진 이사회는 여야 3대 6구도다. 검사·감독 결과를 바탕으로 야당 성향 이사 최소 2명을 여권 성향 인사로 바꾸면 MBC 사장 교체가 가능해진다. 방통위는 2017년 방문진 검사·감독 이후 이듬해 1월 고영주 이사장 해임을 의결한 전례가 있다.

 

오는 12월 예정된 KBS 2TV와 KBS UHD 1·2, MBC UHD 등 지상파 재허가 심사도 공영방송 개혁의 연장선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가 공적 책임 관련 심사 평가를 강화하고, 탈락 점수가 나오면 ‘재허가 조건’을 내걸어 방송사를 압박할 수 있다.

 

이 밖에 방통위가 포털뉴스에 대해서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방통위는 연내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제평위는 뉴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네이버·카카오와 언론사 간 제휴를 위해 2015년 설립됐으나, 불공정 시비와 이념편향 논란이 이어지면서 최근 운영을 중단했다. 방통위는 네이버의 뉴스 알고리즘 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앞서 지난 20일 ‘공영방송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세미나에서 “KBS와 MBC는 국민에 정보를 전달하는 제대로 된 방송 됐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며 “경영도 상당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으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저지 야 4당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두 달여간 ‘여론 떠보기’를 거듭하더니 최악의 방통위원장 인사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이동관 대통령 대회협력특별보좌관 방송통신위원장 지명 규탄 긴급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책위는 “언론사상 최악의 언론탄압으로 기록되고 있는 이명박(MB) 정권 당시 언론 사찰과 탄압의 장본인이고, 현직 대통령실 특보로서 공정성과 독립성이 생명인 방통위원장으로는 부적격”이라며 “아들 학교폭력 논란, 농지법 위반, 인사청탁 뇌물수수 의혹까지 도덕성에서도 국민 눈높이에는 이미 낙제점인 인물을 방통위원장 자리에 기어이 앉히려는 것은 언론장악만큼은 포기할 수 없어서인가”라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그야말로 국민을 무시하는, 우습게 아는 처사”라며 “있어서는 안 될 폭력적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과 싸운 정권의 말로가 어땠는지, 과거를 한 번 되돌아보기를 권유 드린다”고 말했다.

 

한국기자협회 등 7개 언론인 단체는 “방송을 장악하고 언론을 유린해서라도 정치적 승리만 거두면 그만이라는 뒤틀린 욕망이 빚은 헌정파괴 인사참극”이라며 이 방통위원장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곽은산·이진경·배민영·최우석·이복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