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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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 역대 두 번째 규모… “단층대 안 밝혀져 조사 필요”

장수군 규모 3.5 지진

물체 넘어지고 창문 깰 흔들림
토요일 저녁 시간 주민들 놀라
부산·경북·충북 지역서도 느껴
신고 빗발… 균열 피해 4건 집계

토요일인 지난 29일 오후 7시7분 전북 장수군 북쪽 17㎞ 지역에서 규모 3.5의 지진이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기상청이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이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는 역대 두 번째 규모다.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 지역에 위치하는 단층대가 밝혀지지 않아 당분간은 모니터링만 지속해야 하는 실정이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장수군에서 발생한 지진은 올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는 규모 3위에 해당한다. 지진 발생 깊이는 6㎞로 분석됐으며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전북 지역에서 최대 진도가 5(Ⅴ)로 기록됐다.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불안정한 물체는 넘어지며 그릇이나 창문은 깨질 수도 있는 흔들림이다.

30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지난 29일 전북 장수군에서 발생한 규모 3.5의 지진 관련 정보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11시까지 4건의 피해 신고가 집계됐다고 밝혔다. 장수군 계남면 호덕리와 장수읍에서 각각 주택 담장 균열이 발견됐고, 인접한 진안군 진안읍에선 아파트 1층 발코니와 외부 화장실 벽 균열이 각각 발생했다. 지진을 느꼈다는 유감 신고도 잇따랐다. 전북에서 43건, 경북 4건, 경남 2건, 충북 1건, 전남 1건이었고, 부산에서도 1건으로 총 52건에 달했다. 행정안전부는 전날 오후 7시10분부로 중대본 1단계를 가동하고 지진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주말 저녁 시간을 보내던 시민들은 화들짝 놀랐다. 장수군민 주모(61)씨는 “거실에서 저녁을 먹는데 쿵 소리가 나서 천둥이 치는 줄 알았다”며 “집이 살짝 흔들리는 느낌이 났다”고 전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엄청 큰 트럭이 지나갈 때 도로가 흔들리듯이 땅이 흔들렸다”는 등의 게시글이 잇따랐다.

갈라진 담장 29일 전북 장수군 계남면 한 마을의 담장이 지진 영향으로 균열된 모습. 전북도 제공

이번 지진은 전국 단위로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래 진앙반경 50㎞ 이내에서 일어난 지진 중 역대 2위 규모로 기록됐다. 진앙 주변에서 지진이 발생한 횟수는 총 72회다. 이 중 규모 2.0 이상 3.0 미만이 62회, 3.0 이상 4.0 미만이 10회다. 가장 강했던 지진은 2012년 5월11일 발생한 규모 3.9 지진이었고 가장 최근에 발생한 지진은 지난달 5월 규모 2.1 지진이었다. 규모 3.0 이하 지진은 미소지진으로 구분하며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통상 규모 4.0 이상부터 에너지가 크고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지진으로 보는 만큼 장수군 인근은 경북 경주시 주변처럼 지진이 빈발하거나 강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보지 않는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지진 빈발 지역이 아닌 탓에 단층대 조사도 부족하다. 행안부는 권역별로 나눠 5년 단위로 국내 단층을 조사 중이다. 지진이 많았던 경상권 조사를 마친 뒤, 인구가 많은 수도권과 충청권 단층을 조사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번 지진 인근에 있다고 밝혀진 단층대는 없다”며 “조금 더 남쪽으로 20㎞ 정도 떨어져 전북 임실군부터 20㎞ 길이의 단층대가 알려져 있긴 하지만 이번 지진과 연결 짓기엔 거리가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층대 구조를 모르는 탓에 규모 4.0이 넘는 더 강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대본이 전날 지진 발생 관련 재난문자를 보내면서 지진 발생 장소를 ‘전남 장수군’으로 잘못 표기한 일이 뒤늦게 알려져 질타를 받았다. 중대본은 문자 발송 후 20분 뒤에 ‘전북 장수군’으로 수정해 같은 내용의 재난문자를 다시 보냈다. 행안부 관계자는 “급한 상황에서 실수가 있어 정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유빈·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