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지난 주말과 전국에서 최소 17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다수는 온열질환에 취약한 고령자로 대부분 밭일을 하러 나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31일 뉴스1과 질병관리청의 '2023년 온열질환 감시체계 운영결과'에 따르면 주말인 29일 온열질환자는 96명, 사망자는 6명 발생했다. 30일 온열질환자는 61명, 사망자는 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온열질환 표본감시에 참여하는 의료기관 504곳에서 집계된 일부 표본 결과여서 피해 규모는 더 클 수도 있다. 실제 질병당국의 사망 통계는 9명인데, 뉴스1이 전국 지자체와 소방본부 발표 등을 추적한 결과 지난 주말 최소 17명이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31일 경북도와 경북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주말과 휴일 경북에서는 노인 7명이 폭염으로 숨졌다.
30일 오후 1시 24분께 경북 경산시 자인면 교촌리에서 밭 주변을 걷던 60대 행인이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119 구급대가 출동했을 당시 바닥에서 온몸을 떨던 그의 체온은 39.2도로 측정됐고,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병원은 사망 원인으로 '사인 미상'으로 판정했으나 정황 등에 따라 소방 당국은 열탈진에 따른 온열질환 추정으로 분류했다.
같은 날 오후 2시10분쯤 경북 문경시와 예천군에서도 밭일을 하던 90대와 80대가 쓰러져 사망했다.
하루 전날인 29일에도 경북 문경, 김천, 상주, 경산에서 노인 4명이 폭염의 날씨에 밭일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네 사람 모두 온열질환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
경남에서도 30일 오후 남해군 서면의 한 밭에서 80대가, 같은 날 정오쯤 하동군 양보면의 밭에서 또 다른 80대가 쓰러져 숨졌다. 29일 오후에는 남해군에서 80대 여성이 밭일 도중 사망했다.
충남 서천군에서도 30일 낮 12시 30분쯤 농작업을 하던 90대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29일 오후 서천군 비인면 남당리에서 벌초를 하던 70대 남성 역시 목숨을 잃었다.
전북 군산에서도 29일 70대 주민이 마당에 쓰러진 채 발견돼 온열질환과 연관성을 살펴보고 있다.
29일 오후 충북에서도 진천군에서 밭일을 하던 80대 여성, 제천 신월동에서 농사일을 하던 70대 남성이 각각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기도에서도 29일 오후 8시쯤 양평군 옥수수밭에서 90대 여성이, 같은 날 오후 5시쯤 안성시 대덕면의 한 밭에서 80대 남성이 각각 사망했다.
29~30일 사이 전국에서 확인된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경북 7명 △경남 3명 △충북 2명 △충남 2명 △경기 2명 △전북 1명 등 17명에 달한다. 사망자 모두 발견 당시 체온이 높은 상태였다.
질병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가 31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집계한 전날(30일) 온열질환자는 61명, 추정 사망자는 3명이다. 29일 환자는 73명, 추정 사망자는 6명이다.
감시체계 운영은 지난 5월 20일부터 시작돼 누적 온열질환자는 1117명, 추정 사망자는 13명이다.
성별로는 남성이 872명(78.1%), 여성이 245명(21.9%)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50~59세 226명(20.2%), 60~69세 195명(17.5%), 40~49세 153명(13.7%), 20~29세 144명(12.9%) 등의 순이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누적 질환자의 28.6%(319명)로 집계됐다.
질환별로는 열탈진이 581명(52%)으로 가장 많았고 열사병 199명(17.8%), 열경련 198명(17.7%), 열실신 106명(9.5%) 이다.
발생 시간은 오전 10시~낮 12시가 202명(18.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오후 3~4시 142명(12.7%), 오후 2~3시 114명(10.2%) 등 순이다.
발생 장소는 논밭과 작업장, 운동장(공원) 등 실외가 81.8%(914명)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구체적인 장소로는 작업장 31.6%(353명), 논밭 14.5%(162명), 길가 11.8%(132명)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