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살인적인 폭염에 전국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주로 고령자들의 피해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석을 위해 전북 부안을 찾은 외국인 10여명이 불볕더위에 쓰러지기도 했다. 폭염 장기화로 온열질환자 급증이 우려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과 공공기관 등은 폭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1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읍 한 비닐하우스 안 고추밭에서 94세 여성이 쓰러져 있는 것을 가족이 발견했다. 119구조대가 출동했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별다른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소방당국과 경찰은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했다. 경북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전날까지 최소 8명의 노인이 폭염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막을 올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에서도 온열질환자가 잇따라 발생했다. 전날 오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만 11명이었다. 이들은 스웨덴, 영국, 방글라데시, 미국 등 국적으로 고열(4명), 탈수(4명), 열사병(1명), 실신·열탈진(1명), 발열(1명) 등의 증세를 보였다. 이들은 모두 치료를 받고 야영장으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강릉에서는 전날 90대 여성이 주거지 주변에서 열사병 증세로 병원에 이송되는 등 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지자체엔 비상이 걸렸다. 최근 온열질환으로 4명이 숨진 경남도는 내달까지 폭염에 취약한 홀로어르신 등 5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생활지원사 등 전담인력 2900여명이 정기 안전 확인을 하기로 했다. 전담인력은 주 1회 이상 폭염대응 행동요령을 안내하고, 폭염특보가 발효되면 방문, 전화, 응급 안전장비 등을 활용해 위기상황에 대응한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폭염경보를 발령해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 8500여명에 대해 행동요령 등 정보도 안내하기로 했다.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에는 냉난방기 600대를 설치·지원했으며, 냉방비를 월 11만5000원에서 12만5000원으로 1만원 인상 지원했다. 도내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 51곳을 지정한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는 내달 말까지 운영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월드컵대교 공사현장과 서울역희망지원센터를 찾아 폭염 취약계층 피해 예방시스템을 점검했다. 월드컵대교 공사현장은 이날 폭염특보 속에서도 60여명의 건설근로자가 작업 중이었다. 시에서는 ‘폭염 대비 건설공사장 종합관리 대책’을 수립해 6월부터 운영 중이다. 오 시장은 월드컵대교 공사현장 휴게시설에 방문해 응급키트·제빙기 등 물품을 점검했으며, 서울역희망지원센터에선 노숙인보호대책 추진현황을 살폈다.
강원도 각 지자체도 무더위 쉼터 1419개소와 그늘막 853개소를 운영하고, 살수차 18대를 동원해 폭염 열기를 식히고 있다. 재난안전문자와 재해 문자 전광판, 마을 방송을 통해 폭염대응 요령을 중점적으로 안내하는 동시에 재난취약자 가정 방문 등 강화에 나섰다.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수시로 수분을 섭취하고 시원한 물을 몸에 끼얹어 체온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 폭염 고위험군인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등은 정오∼오후 5시, 기온이 높은 시간대에 외출을 피하는 게 좋다. 불가피하게 밖에서 일하다가 심장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지면 서늘한 곳으로 가서 쉬어야 한다. 열사병 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환자의 옷을 느슨하게 한 후 얼음 주머니나 시원한 물을 적신 수건 등으로 몸을 식혀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