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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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코로나 신규확진 6만명 코앞, 방역 경각심 늦춰선 안된다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이 심상치 않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7월 넷째주 코로나19 확진자가 전주 대비 26.1% 늘어난 31만8766명이라고 어제 밝혔다. 최근 일주일간 일평균 확진자는 4만5529명으로 직전 주(3만8802명) 대비 17.3% 증가했다. 지난달 26일에는 5만722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 지난겨울 유행기였던 1월10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감염됐지만 검사는 안 받은 ‘숨은 감염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확진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2∼3배 이상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번 유행은 면역회피 능력이 탁월한 새 변이 바이러스 ‘XBB 1.5’가 우세종이 된 데다 지난 5월 방역 당국이 사실상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을 선언하며 마스크 착용·격리 의무를 비롯한 방역 규제를 대거 완화한 여파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동량이 많은 휴가철이 지나면 바이러스의 확산이 급격히 늘 것으로 보고있다. 35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냉방이 되는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는 점도 바이러스 확산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치명률이 0.03%까지 낮아졌다지만 현 추세라면 중증환자나 사망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위험군의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얼마 전 방역 당국이 코로나19의 법정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독감 수준인 4급으로 하향 조정하는 고시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해 놓고 있다는 점이다. 방역 당국의 예고대로라면 병원급 이상의 의료 기관과 요양병원을 비롯한 입소형 감염 취약시설 등 일부 남아 있던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전환된다. 또 감염 검사 및 치료비도 환자가 부담하게 된다. 감시 체계도 표본감시로 바뀌어 매주 1회 발표하던 확진자와 사망자수 집계가 중단된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19가 위험하지 않다는 시그널을 줄 것이고 방역 경계심 역시 느슨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방역 당국의 방침과 코로나19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방역 완화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초 오미크론 변이의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방역 당국이 방역 완화를 강행해 인명 피해를 키웠던 일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지금은 방역 당국이 각별히 경각심을 갖고 대응 체계 재점검에 나서야 할 때다. 무엇보다 면역 취약계층의 안전이 우선이 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오는 10월 새 변이 대응 무료 접종 ‘대국민 홍보’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손씻기 등 셀프 방역만 잘해도 바이러스 확산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