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학부모가 5달 동안 해당 학교 교장과 교감을 7차례 고소, 고발했다.
1일 M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10일 오전 11시 30분께 졸업식이 한창이던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4학년에 재학 중이던 A군의 학부모가 교장을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기 때문이다.
사건은 나흘 전 이 학교에서 치른 전교 부회장 선거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선거에서 A군은 부회장으로 당선됐지만, 다른 후보 6명이 선거 규정을 어겼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학교 측은 A군 당선을 무효로 처리했다. 이후 A군 어머니는 한 카페에 “교감이 아이에게 당선 무효 각서에 서명을 하라며 때렸고, 15분 동안 소리를 질렀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군도 “팔, 정강이 등 여기저기를 때렸는데 그중에 뒤통수를 때릴 때가 제일 아팠다”며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이에 A군 학부모는 아동학대가 명백하다며 교장과 교감을 경찰에 고소했다. 또 아동복지법 위반과 공문서위조, 강요와 협박, 명예훼손 등 혐의로 교장과 교감을 일곱 차례 고소 및 고발했다.
교감은 학생과 대화했던 약 2분 30초간의 녹음본 덕분에 첫 번째 고소 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A군 서울시교육청에 ‘당선 무효를 취소해달라’며 8건의 행정 심판을 제기했고, 국민신문고에도 24건 민원을 넣었다.
보도에 따르면 A군 어머니는 총 29건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세부 항목으로 따지면 300건에 달한다. 6월부터는 선거와 무관한 교장 과거 인사와 도로 열선 공사 내역, 학교 카드 이용 내역서 등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장 C씨는 MBC와 인터뷰에서 “이 귀한 시간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서류를 읽어야 되나. 그런 게 굉장히 자괴감이 든다”면서 “(아동 학대법의) 면책권을 보장해 주셔야 저희가 아이들한테 ‘이건 아니야’라고 할 수 있다. ‘이건 아니야’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듣고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지나친 민원 정보 공개 요청”이라며 “학교뿐만 아니라 교육청까지 괴롭히는 상황으로 전개됐다”고 설명했다.
A군 학부모 측은 “비리에 연루된 교장이 아이를 선거에서 떨어뜨리려 했다. 아이 명예가 훼손돼 고소 및 행정심판을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C씨는 비리 의혹을 제기한 A군 학부모를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한편 A군은 지난 3월 진행한 재선거에 단독 출마해 전교 부회장에 당선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