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극심한 폭염 속에 진행되면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관련 질환을 호소하는 청소년들과 벌레 물림 등을 호소하는 이들도 대회 이틀 새 800명을 넘어서면서 인명 피해에 대한 우려마저 나온다.
2일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세계 잼버리 대회 참가자 중 탈수와 고열, 열사병 등을 동반한 온열질환자는 이날 오후 4시 현재 총 59명으로 집계됐다. 잼버리 참가자를 대상으로 마련한 사전 관광 프로그램을 진행한 지난달 29일부터 연일 10명가량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회 조직위는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스카우트 영지 내 온열질환 환자 발생 시 대응 매뉴얼에 따라 조처하고 있으며 아직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조직위에 따르면 영지 내 잼버리병원을 중심으로 온열질환자 치료를 지원하고 응급상황 시 군산의료원 등 주변 도시 5개 대형병원을 협력병원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또 총 7.4㎞ 길이의 덩굴터널과 그늘쉼터 1722개소 등 영내 그늘 시설을 조성했으며, 체온을 낮출 수 있도록 57개의 안개 분사 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스카우트 대원들의 탈수 예방을 위해 생수·음료 등 수분과 알약 염분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향후 잼버리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폭염이 발생하면 폭염 대피소로 지정한 부안 서림·매창공원과 해창석산숲, 스포츠파크, 부안댐, 실내체육관 등 6개소로 대원들을 이동시켜 휴식을 취하게 할 계획이다.
하지만, 연일 폭염특보가 발효된 찜통더위와 대원들이 텐트에 의존해 숙식 중인 야영지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잼버리 야영지가 자리한 부안군은 전날 기온이 33도를 웃돌았고, 이날 오후 2시 기준 34도를 넘어서는 등 폭염이 지속돼 사실상 야외 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밤 최저기온도 25도를 넘는 열대야가 나타났다. 이날도 이곳을 포함한 전북 14개 시·군 전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져 체감온도는 35도를 웃돌았다. 전북 14개 시·군에는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이날 낮 최고 체감온도는 35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회 참가 대원들에 따르면 야영지는 간척지 개발로 자연 초원 상태이지만, 최근 내린 비로 바닥에 머문 습기가 태양열로 인해 지표면으로 올라오면서 저절로 불쾌감을 느낄 정도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야영장 그늘막도 대회 3개월 전부터 넝쿨식물을 심어 터널형으로 만들고 중간에는 안개 분사 시설을 설치해 무더위를 식힐 수 있게 했으나,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넘나들 정도로 폭염이 지속되면서 습식 사우나로 변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만큼 현장에서는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한국인 자원봉사자는 “더워도 너무 더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기후와 환경이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청소년들이 폭염 속에 야외에서 텐트에 의존해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웰컴센터 앞에서 만난 말레이시아 국적 고교생은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텐트를 설치하지 못했다”며 “출국 이후 두통약을 두 번이나 먹었는데, 야영지가 생각보다 무더워 무사히 과제를 수행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무더위는 충분히 예상했던 부분”이라며 “야영지 내 각종 그늘·휴식 시설, 잼버리 병원과 허브별 클리닉을 총가동하고 잼버리소방서·경찰서와 협력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