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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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상승으로 ‘열 스트레스’도 늘어… 현재 28.1도에서 이번 세기 후반 35.8도까지 오를 수도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기온이 오르며 인체가 받는 ‘열 스트레스’도 증가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8월 열 스트레스 지수는 30.6도로 분석됐는데 온열질환 발생은 이 지수가 30도를 넘는 기간에 급증했다. 열 스트레스 지수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여름철 건강관리와 기후변화 대응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은 2일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열 스트레스 지수 전망치를 발표했다. 열 스트레스 지수는 기온뿐 아니라 습도·일사량·풍속 등을 함께 반영해 계산한다. 미래 지수는 과거 관측값에다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SSP)까지 반영해 전망했다. 특히 습도는 같은 기온이어도 열 스트레스를 심화시킨다. 2021년 8월6일과 7일 서울의 최고기온은 각각 32.2도와 32.3도로 비슷했으나 최고습도는 57%와 48%로 10%포인트가량 차이가 났다. 열 스트레스 지수는 각각 32.9도, 31.3도로 1.5도 이상 벌어졌다. 통상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 중 수증기도 늘게 된다.

 

9일째 폭염 특보가 발효된 2일 오전 전남 영광군 염산면 한 염전에서 인부가 소금물을 증발시키기 위한 배수 작업을 마친 뒤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연구에서 ‘현재’로 전제한 1979년부터 2014년의 평균 열 스트레스 지수는 28.1도다. 민승기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 연구실에서 계산한 변화 추이를 보면 상승세가 더 분명하다. 1979∼1988년 평균 지수는 29.6도인데 최근 10년(2012∼2021년) 평균은 30.6도로 1도 상승했다. 1979년부터 2021년까지 43년간 평균 지수는 29.8도이나 2017년 30.1도, 2018년 31.7도, 2019년 30.9도, 2020년 32.1도로 최근 들어 지수가 30도를 넘는 해가 빈번해졌다.

 

30도 이상으로 열 스트레스 지수가 오르면 온열질환자도 급격하게 많아졌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등을 참고하면 2021년 온열질환자는 지수가 30도 이상인 날에 집중됐고 32도가 넘어가는 날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습도가 높은 날에 볼쾌지수가 상승하는 정도가 아닌 질환을 유발하는 것이다.

 

열 스트레스 지수 자체가 오르는 데다 지수가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기간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온실가스가 현재와 큰 차이 없이 계속해서 배출되고 개발이 확대되는 ‘고탄소 시나리오’에 근거하면 이번 세기 말(2081∼2100년) 여름철 열 스트레스 지수는 35.8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기준으로 극심한 열 스트레스가 끊이지 않고 지속되는 기간은 평균 3.5일인데 이 시나리오대로면 77.6일까지 계속해서 열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화석연료 사용이 줄고 온실가스 배출이 크게 줄면 지수를 31.2도 정도로 억제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이 경우에도 높은 열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기간은 27.5일로 한 달 남짓이라 전망됐다.

 

민 교수는 “장기간 열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몸이 체온 유지를 위해 쉬지 못해서 노약자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사망 위험까지 증가한다”며 “올 여름 일주일 정도 이어진 폭염에도 벌써 사망자가 발생하는데 이번 발표는 이 같은 더위가 한 달씩 이어진다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확률적으로 더 큰 폭염이 올 가능성이 높아서 온열질환자는 대비 없이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며 “야외노동을 피할 수 없는 인원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