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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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37cm 풀장서… 초등생 팔 취수구에 끼어 익사

울릉군 운영 물놀이장서 사고
펌프 높은 수압탓에 못 빠져나와
강원 영월 펜션선 3세 유아 사망
최근 5년 물놀이로 136명 숨져
“사각지대 안전요원 꼭 배치해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물놀이장에서 10대 어린이의 팔이 취수구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휴가철을 맞아 전국 곳곳에 물놀이 시설이 운영 중인 가운데 수심이 불과 수십㎝에 불과한 물놀이장의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불감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경북 울릉 북면의 한 물놀이장에서 A(12)군의 팔이 취수구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울릉군이 운영하는 해당 물놀이장의 수심은 37㎝로 신생아의 평균 신장(50㎝)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취수구 내의 펌프가 물을 빨아들이는 높은 수압 탓에 A군은 팔이 끼인 채 빠져나오지 못했다. 결국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물놀이장의 미끄럼틀 아래 설치된 취수구는 펌프로 물을 빨아들인 뒤 미끄럼틀 위로 끌어올리는 장치로 알려졌다. 평소에는 취수구 주변에 가림막과 출입문이 설치돼 있었지만, 사고 당시에는 잠겨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관계자는 “수영장에서의 위험 요인들은 시설을 운영하는 곳에서 관리해야 한다”며 “통상적으로 수압이 강해서 사고가 날 정도라면 사전에 확인해야 할 사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고는 최근 한 달 사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달 22일 인천 서구의 한 키즈카페 내 물놀이장에서는 B(2)양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물놀이장은 영유아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운영됐지만, 관광진흥법상의 유기(遊技)시설이나 기구가 없어 유원시설업 신고 대상이 아니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탓에 안전요원도 배치돼 있지 않아 사실상 안전사고 위험으로부터 무방비로 방치돼 있었다.

 

지난달 6일에는 경기 가평의 한 펜션 내 물놀이장에서 20개월 영아가 구명조끼 등의 장비 없이 물에 들어갔다가 숨졌다. 지난 1일에도 강원 영월의 한 펜션 물놀이장에서 3세 아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름철에 주로 발생하는 물놀이 사고는 영유아나 어린이, 50대 이상에서 빈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여름 휴가철 물놀이 사고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6∼8월 사이 발생한 안전사고로 총 136명이 숨졌다. 이 중 10세 미만은 10명, 10대는 26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26%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사각지대에 방치된 물놀이 시설의 관리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정부와 지자체는 시민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사각지대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 접근하지 못하게 막고 물이 깊지 않더라도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한다”며 “시민들 또한 구명조끼 착용이나 준비운동 등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시설 관계자와 보호자의 안전불감증도 사고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아이들은 1분도 안 돼서 사망할 수 있을 정도로 골든타임이 짧다”며 “체구가 작아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고 버둥거리는 것을 물놀이로 착각할 수도 있어 위험도가 더 높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구성·조희연·김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