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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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짜뉴스 판치는 세상, 언론의 역할 더 절실

가짜뉴스는 출처와 근거를 알 수 없는 허위정보로, 대개 정파적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기사 형식을 가장해 배포되므로 정통적인 뉴스와는 전혀 다르다. 특히 소셜 미디어의 급속한 발달로 게이트 키핑 없이 누구나 손쉽게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가짜뉴스가 기존 미디어의 뉴스만큼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가짜뉴스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거나 ‘힐러리가 이슬람 테러단체에 무기를 팔았다’ 등 허무맹랑한 소식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렇게 가짜뉴스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에게 전파되어 왜곡된 여론을 형성하며 결국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

우리 사회에도 가짜뉴스의 피해가 많았지만, 그중 국가적 혼란과 분열을 초래한 대표적 사례로 2008년 광우병 사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려 죽는다’는 근거 없는 괴담에 초·중·고 학생들까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정권 타도를 외쳤다. 이후 광우병 관련 주요 보도가 허위로 밝혀졌지만 어느 언론사도 이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 모두 연일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괴담 선동’ 중단을 촉구하고, 민주당은 여당이 ‘가짜뉴스’로 국민의 불안감을 조롱한다고 주장한다. 여야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 가짜뉴스 문제를 제기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떤 뉴스가 가짜였는지 관심 갖는 사람은 적어지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 되고 만다.

특히 이번 사건은 어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되기에, 우리 수산물 지키기 운동본부가 직접 나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가짜뉴스 신고센터’까지 운영하게 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처럼 논란이 되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한쪽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듯한 언론의 태도로 인해 정상적인 여론 형성이 어려워지고, 여론이 심각하게 양극화하는 상황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사회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가짜뉴스를 ‘악성 정보 전염병’으로 규정하고, ‘가짜뉴스 퇴치 TF’ 기능을 전면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정부에서도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짜뉴스를 민주주의 교란범으로 규정해, 이를 만든 사람과 계획적으로 유포한 사람은 엄정하게 처벌하라고 검찰과 경찰에 지시한 바 있다. 이처럼 정권에 관계없이 가짜뉴스 퇴치를 위한 제도적인 규제는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지나친 가짜뉴스 규제가 표현의 자유까지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유포하는 가짜뉴스는 우리 사회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것이기에 정부, 국회, 언론, 시민단체 모두 가짜뉴스를 퇴출시킬 방법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공정성을 바탕으로 사실에 기반한 소식을 투명하게 전달해야 하는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뉴스의 기본은 팩트이기에 언론은 팩트체크를 생명으로 여기고, 정파적 가치와 이해에 치우치는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지키려는 언론과 언론인의 자주적인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