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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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에…에어컨에 대한 인식 달라진 유럽인들

환경파괴 주범이자 사치품 취급
역대급 폭염에 판매량 2배 급증
보급률 19%… 2040년 50% 전망

유럽에서 환경파괴의 주범이자 사치품으로 여겨지던 에어컨이 전례 없는 폭염 때문에 필수품이 되고 있다고 AP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2년 86만5000대였던 이탈리아의 연간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해 192만대로 2배 이상 뛰었다. 스페인은 1990년 5%에 불과했던 가정 내 에어컨 보급률이 2040년 50%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25일(현지시간) 로마의 한 테라스에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되어 있다. AP연합뉴스

이들 국가가 있는 남유럽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급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는 지난달 18일 최고기온 41.8도를 기록했고, 남부 시칠리아섬 일부 지역에서는 47.6도라는 기록적인 고온이 이어졌다. 스페인 역시 40도를 훌쩍 넘기는 일이 다반사다.

유럽 전체로 보면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6만명을 넘겼을 정도다. 결국 에어컨은 ‘과잉냉방’이라며 거부감을 표시해온 유럽 사람들도 ‘백기’를 들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한 광장에서 사람들이 더위에 휴식을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AP는 “정육점 냉장고 같은 온도를 유지해 한여름에도 실내에서 스웨터를 입어야 하는 미국의 냉방 시스템을 유럽인들은 경멸해 왔다”고 설명했다.

거부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 전체 에어컨 보급률은 지난해 기준 19%에 불과하다. 90%에 이르는 미국과 대조적이다. 높은 전기료, 냉매 가스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냉방병 등 에어컨에 대한 유럽인들의 부정적 인식은 여전하다고 AP는 전했다.

에어컨을 향한 갈망은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커져갈 전망이다. AP는 이날 비영리 기후변화 연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지난달 지구촌 인구의 81%에 해당하는 65억명의 사람이 최소 하루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