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묻지마 흉기 난동이 발생한지 약 2주 만에 분당 서현역 인근에서 같은 범죄가 발생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하지만 외교관계 등을 고려하면 사형을 쉽사리 집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법조계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이 마지막으로 사형 집행을 한 건 1997년 12월이다. 이후 약 26년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으면서 한국은 현재 국제엠네스티 기준으로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다.
사형 집행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서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한국갤럽이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6차례 사형제 존폐에 대해 여론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 번도 절반 이상의 국민이 사형제 폐지에 찬성한 적 없다. 사형제 유지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가장 적었던 때는 2002년인데, 이때도 52%의 국민이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있었던 설문조사에선 69%가 사형제 유지에 찬성했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사형제를 지지하는 것이다.
문제는 외교관계다. 사형은 인권과 직결되는 문제라 우리나라의 결정이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유럽연합(EU)은 사형제 집행 국가와는 각종 협약을 맺지 않는다. 한국은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에 출석해 사형제 관련 질문을 받은 뒤 “사형제는 외교적 문제에서도 굉장히 강력하다”며 “사형을 집행하면 EU와의 외교관계가 심각하게 단절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다만 가부를 명확히 말씀드릴 게 아니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사형제는 교화 가능성이 거의 없는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종종 사용되곤 했다. 현행법상 무기징역은 20년 뒤 가석방이 가능하지만 사형은 불가능하다. 인천지법은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권재찬에게 지난해 6월 사형을 선고하며 “현행법상 가석방·사면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절대적 종신형이 도입돼 있지 않으므로 무기징역형이 개인의 생명과 사회 안전 방어라는 점에서 사형을 온전히 대체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이 절대적 종신형으로서의 사형 선고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형제는 사실상 그 효력을 잃었다. 이에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현재 헌법재판소가 사형제 헌법소원을 심리 중이라,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다면 그때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엔 사형제를 폐지하고 이를 절대적 종신형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사형제폐지특별법이 이미 발의돼 있다. 권영준 대법관도 후보자 때인 지난달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헌법과 현행법이 사형제를 규정하고 있어 존중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자는 의견”이라며 “국가가 생명권을 앗아가는 사형 제도는 폐지할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