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묻지마 칼부림’ 정당방위 범위는 어디까지?

여권 “정당방위 인정 요건이나 경찰 면책권 확대해야”
#2020년 4월 김씨는 친구 C씨와 술을 마시는 과정에서 흉기를 마주했다. 김씨는 흉기를 막는 과정에서 손을 다쳤다. 여전히 C씨는 칼로 김씨의 배를 겨냥하고 있었다. 김씨는 C씨의 손을 차 흉기를 떨어뜨리게 한 뒤 발로 무릎과 옆구리를 걷어차 6주의 상해를 입혔다. 하지만 김씨는 행동은 정당방위로 인정받지 못했다. 2021년 7월 서울서부지법은 김씨의 형을 면제하면서도 정당방위는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C씨가 흉기를 놓친 후에도 폭행했고 그 강도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C씨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고려해 김씨는 처벌받지 않았다.

 

묻지마 칼부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당방위의 기준이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 내에서는 정당방위 인정 요건이나 경찰 진압 면책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형법 제21조에 따르면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위해선 △현재 부당한 침해가 있을 것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해 한 행위일 것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등의 조건이 붙는다. 또 △야간 상황 △불안·공포를 느낀 상태 △흥분·당황했을 때 발생한 행위에 대해선 처벌하지 않는다.

 

지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AK백화점에서 119구급대원과 시민들이 24세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부상을 입은 시민들에게 응급 처치를 하고 있다. 성남=뉴스1

지난 2011년 경찰청이 마련한 ‘폭력사건 정당방위 처리지침’에는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 담겨있다. 여기에는 △누군가 해치려 할 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 △상대의 폭력을 막기 위한 최소한도의 폭력 △상대의 피해 정도가 자신의 피해 정도보다 적을 것 등의 기준을 마련했다.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는 행위도 명시해뒀다. △치료하는 데 3주 이상 걸리는 상해 △자신의 도발에 의해 발생한 폭력 △먼저 폭력행위를 할 경우 △상대방의 폭력보다 나의 방어가 지나쳤을 경우 △상대가 폭력을 그만둔 이후 발생한 방어 등이다.

 

하지만 최근 묻지마 흉기 사건이 이어지면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예찬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흉기 난동과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며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흉악범 진압을 위한 경우라면 경찰에게 면책권을 부여하고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최고위원은 “경찰청장이 급박한 상황에서 경고 없이 실탄 사격을 지시했지만, 경찰이 적극적으로 제압해도 과잉 진압을 운운해 책임을 지게 만들면 누가 유사시 실탄 사격을 하겠는가”라며 “시민을 구하기 위한 의인들의 정당방위 인정 범위도 지나치게 협소해 흉기 난동을 제압하려다 오히려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거들었다. 그는 “야당 시절이었던 2021년 제압과정에서 발생한 경찰의 과잉 진압 시비에서 경찰관을 보호할 것을 주문했다”며 “사건이 발생하면 확실한 제압을 할 수 있도록 훈련과 면책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은 흉악범에 대한 형량 강화를 제안했다. 안 의원은 지난 3일 흉기 난동이 벌어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안 의원은 유튜브 펜앤드마이크TV에서 “미국 같으면 각각의 범죄에 대해 (형량을) 전부 합산한다”며 “300년형 이런 식으로 나오는데 이를 도입해 시민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