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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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제 망신 산 잼버리, 추가 피해 막고 잘 마무리해야

영·미 대표단 조기 철수로 파행 운영
성범죄 의혹도 불거져 혼란 더 키워
준비 부실과 운영 미숙 책임 물어야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리는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결국 ‘반쪽 행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참가자들 사이에선 “축제가 아니라 생존게임”이란 말까지 나온다. 폭염과 해충에 따른 각종 질환자가 넘쳐나는데도 주최 측이 사전에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참가국 중 가장 많은 4500여명을 파견한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에 이어 미국과 싱가포르 대표단이 철수했다. 미래의 꿈과 모험정신을 길러야 할 잼버리가 이 지경이 됐다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안일한 폭염 대응에다 대표단 조기 철수까지 겹쳐 잼버리는 국제 망신을 사고 있다. 한류 등을 통해 큰 기대를 품고 한국에 왔을 각국 청소년들을 생각하니 미안하기 그지없다. 16세 아들을 한국에 보낸 영국인 한 어머니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잼버리 행사에 대해 “내 아들은 그것이 ‘난장판’이라고 말했다”며 “스카우트의 모토는 ‘준비하라’인데 한국 정부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더위가 정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더위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오죽하면 한덕수 총리가 “조직위 관계자들이 책상에 앉아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 조치한 뒤 보고하라”고 질타했겠나.

설상가상으로 잼버리 야영장 영지에서 성범죄 의혹까지 나와 뒤숭숭하다. 전북연맹 스카우트 관계자는 어제 “지난 2일 영지 안에서 전북연맹 소속 여성 지도자가 샤워하고 있는 도중에 30~40대로 보이는 태국 남자 지도자가 들어와 발각된 사건이 있었다. 조직위원회 측에 조치를 요청했지만 아무 변화가 없다”면서 단체 퇴영을 결정했다. 하지만 조직위와 세계스카우트연맹은 “문화 차이로 성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소란스러운데 국내 대원들까지 단체 퇴영을 선언하니 어이가 없다.

그나마 연일 수백명씩 속출했던 온열질환자가 정부 지원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다행이다. 샤워장과 화장실 등 부대시설도 대폭 보강해 숙영지 환경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지자체와 민간기업에서도 잼버리 성공을 위한 지원의 손길이 잇따랐다. 대부분 국가 대표단이 잔류를 결정해 행사가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향후 행사 진행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제라도 추가 피해를 막고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 그나마 오명을 줄이는 길이다. 행사를 마친 뒤에는 준비 부실과 운영 미숙에 따른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