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열 질환자 속출로 준비 미흡과 부실 운영 논란이 일었던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현장이 정부 총력 대응에 힘입어 점차 안정을 찾고 있다. 곳곳에 그늘막과 물놀이 시설이 추가로 설치됐고 얼음생수 보급도 늘어나 연일 수백명씩 속출했던 온열질환자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부실한 샤워장과 청결 논란을 불러온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대폭 보강되는 등 숙영지 환경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다만 당초 대회 준비를 위해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쓰고도 폭염·위생 대비 등 기본 준비가 미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오후 1시 잼버리 대집회장(델타구역)에 공동공간으로 마련한 대형텐트에서 만난 각국 참가자들은 테이블 위에 얼음물을 올려놓고 대형 선풍기 바람을 쐬며 쉬고 있었다. 한 태국 청소년은 “여전히 무덥지만, 그늘막이 추가로 설치되고 넉넉한 얼음물에 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받아 견딜 만하다”고 말했다. 동료 참가자는 “오늘은 바람이 불고 에어쇼까지 멋지게 벌여 즐겁게 보내고 있다”며 “화장실과 샤워장도 많이 늘었고 위생 상태도 좋아졌다”고 전했다. 이곳은 야영 초기만 해도 작열하는 태양과 높은 습도로 프로그램 진행은 물론 휴식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최근 정부 지원 덕분에 잼버리 영지는 가장 문제가 됐던 폭염 질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위에 따르면 생수를 참가자 1인당 하루에 5병씩 지급하고 여분을 비치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게 했다. 더위를 식히도록 냉방 버스 132대를 추가로 배치해 총 262대로 늘렸다. 영내 셔틀버스도 기존보다 2배 증차해 운행 간격을 10분으로 단축했다. 군에서는 영지 곳곳에 그늘막 69동을 추가로 설치했다. 더위에 지친 대원들을 위해 물놀이 시설을 4개 허브에 8개를 설치하고 화장실·샤워실 청결 유지를 위해 청소인력을 최초 70명에서 현재 1400여명으로 늘렸다.
부실 논란에 휩싸인 식사도 양과 질을 개선하고 간식을 추가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공동 공간인 대형천막에는 휴대전화 충전 등을 위해 전기 공급 용량을 증설해 상황 전파나 안부 통화에 지장이 없도록 하고 대형 선풍기도 200대 설치했다.
이에 힘입어 온열 질환자는 개영식 당일인 지난 2일 207명에서 3일 138명, 4일 83명 등으로 감소 추세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는 전날까지 총 92명이 발생했다. 정부는 의료지원을 위해 전날 55명의 인력을 추가 투입했다.
정부의 총력대응으로 뒤늦게 상황 개선이 가능해지자, 여당 등 일각에서는 준비기간 동안 대회 예산 사용이 적절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유치 후 6년 동안 투입된 예산 1000억원이 적절히 사용됐는지 의심된다”며 “차후 개최할 국제 행사에 이런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반드시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애초 국비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고 예산 편성도 잘못 됐다는 지적도 있다. 잼버리 조직위에 따르면 이번 대회 총예산은 1170억원으로, 이 중 국비는 320억원에 불과했고 지방비 419억, 참가비 등 자체 수입 400억원, 광고비 49억원 등으로 충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 중 폭염 예방 관련 예산은 덩굴터널 조성비 117억원에 불과했다. 74%를 차지하는 869억원이 조직위 운영비로 편성했고 나머지는 상하수도와 주차장 등 기반 시설 조성 235억원, 대집회장 조성과 행사 무대 설치, 교육장 조성 36억4000만원 등이었다.
애초에 새만금잼버리가 공동위원장 체계로 운영돼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직위원회와 소관 부처인 여성가족부, 폭염 등 안전에 주력해야 할 행정안전부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참가자들의 불편이 예견됐다는 것이다.
지난 3일부터 잼버리 야영지에 텐트를 치고 스카우트들과 함께 숙영 생활 중인 김관영 전북지사는 “지금은 행사 잘잘못을 따지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선 심기일전해 성공적인 잼버리가 되도록해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