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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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국방부 “러, 가짜뉴스로 우리 나토 가입 방해해”

러 국영매체들, 쿠란 소각 시위 발생 때마다
아랍어 기사 쏟아내… SNS 타고 급속히 확산
"스웨덴은 이슬람 혐오 국가" 내러티브 반복

러시아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저지하기 위해 아랍어로 된 가짜뉴스를 퍼뜨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웨덴에서 쿠란 소각 시위 등이 벌어질 때마다 국영매체를 동원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또 일부 틀린 내용까지 집어넣어 아랍권 국가들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8월 중 튀르키예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받아들이지 말라’는 취지의 설득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에서 시민들이 스웨덴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앞서 스웨덴에서 이슬람 경전 쿠란을 소각하는 반이슬람 시위가 벌어진 것에 항의하는 차원이다. EPA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웨덴 국방부는 최근 “러시아가 아랍어로 작성된 허위 정보 캠페인을 통해 쿠란 소각 시위를 바라보는 전 세계의 시각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 절차를 방해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에선 올해 들어 몇 차례 이슬람 경전 쿠란을 불태우는 반(反)이슬람 시위가 벌어졌다. 그때마다 튀르키예를 비롯한 이슬람 국가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스웨덴 정부에 시정을 촉구했다.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 가운데 유일한 무슬림 국가다.

 

그런데 스웨덴 국방부 산하 심리전 부서가 분석을 해보니 쿠란 소각 시위 때마다 RT 방송, 스푸트니크 통신 등 러시아 국영매체들이 아랍어로 된 관련 기사를 대량으로 쏟아냈다. 기사들 상당수는 ‘쿠란 소각 시위 배후에 스웨덴 정부가 있다’ ‘스웨덴 정부가 쿠란 소각 시위를 지지한다’ 등 허위 정보를 담고 있었다. 특히 7월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이런 기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퍼나르는 횟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심리전 부서 관계자는 “러시아 국영매체들은 스웨덴이 쿠란 소각 시위를 지지하고 이슬람을 혐오하는 나라이며 이슬람에 적대적이라는 내러티브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 특히 아랍권에서 스웨덴을 나쁜 나라처럼 보이게 만들고 나토 가입을 더욱 어렵게 하려는 것이 러시아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RT와 스푸트니크는 모두 크레믈궁의 통제를 받은 국영매체”란 말로 모든 책임을 러시아 정부 탓으로 돌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두 사람은 8월 말 튀르키예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AFP연합뉴스

스웨덴 말뫼 대학의 마리아 브록 연구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국영매체가 퍼뜨리는 가짜뉴스는 우선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보다 장기적으로 러시아는 사람들이 진실의 본질에 의문을 던지거나 전통적인 뉴스 매체들을 불신하게 만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8월 말 푸틴 대통령이 튀르키예를 방문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최근 스웨덴의 나토 가입 찬성 쪽으로 돌아선 에르도안 대통령을 상대로 마지막 설득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제기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