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당국이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할 때 필요한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일회용으로 발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최근 해외 직구 시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도용해 탈세·절세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난 데 따른 대응이다.
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관세청은 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개인통관고유부호란 해외 직구에 필요한 개인 식별 부호다.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개념이며 관세청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관세청은 지금처럼 한번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발급받으면 그 부호를 영구히 쓰는 것이 아닌, 하나의 거래에만 활용하도록 일회성 고유부호를 발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일회용 비밀번호(OTP)처럼 고유부호를 계속 다르게 발급받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이 경우 개인통관고유부호가 유출되더라도 같은 부호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도용의 의미는 없어진다.
관세청은 이를 위해 현재 기술적인 측면을 검증하는 단계를 밟고 있다. 개인을 정확히 식별하면서 보안성을 갖추는 한편, 직구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도용하는 사례는 증가하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신고 건수는 2498건으로 지난해 9개월간(3월22일∼12월31일) 접수된 신고 건수(1565건)보다 60% 많았다.
이는 타인의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도용할 경우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개인은 해외에서 판매되는 물품을 스스로 쓸 목적으로 인터넷에서 직접 구매할 때 물품 가격이 150달러 이하(미국발 물품은 200달러 이하)면 수입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관세와 부가가치세도 내지 않는다.
일부 수입업자들은 탈세와 밀수 목적 등으로 이를 악용한다. 판매 목적으로 해외에서 들여오는 물건을 여러 개인통관고유부호로 분산 반입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다.
도용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관세청은 현재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사용했을 때 본인에게 통보하고 도용을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도용 방지와 개인 정보 관리를 위해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재발급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