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부터 교사 피습까지…’
안전해야 할 학교가 흉기 난동에 뚫리는 등 외부인이 학교에 무단 침입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학생 보호를 위해 운영 중인 배움터지킴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대전경찰과 대전교육청 등에 따르면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 침입해 교사를 흉기로 찌른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이 남성(28)은 지난 4일 오전 10시4분쯤 대덕구 송촌동의 한 고교에서 수업을 마친 교사(49)를 교무실까지 뒤쫓아가 흉기로 얼굴과 가슴, 복부 등을 7차례 찌르고 달아난 혐의다. 그는 정문을 통해 학내까지 아무 제지 없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교육청의 ‘학교 출입증 및 출입에 관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보면 외부인이 학교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인적사항과 출입 목적 등을 적고, 신분증을 제출해 출입증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해당 고교에는 배움터지킴이가 오전 2명, 오후 1명 등 3명이 근무하고 있다. 당시 오전 근무 2명 중 1명은 경비실에, 1명은 학내 순찰 중이었다. 경비실에 있던 배움터지킴이는 일반적인 등교가 끝난 시간인 오전 9시 20여분쯤 사복을 입은 일반인이 정문을 통과해 걸어서 교무실까지 직행했지만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대전 초·중·고교와 특수·각종학교 224교엔 442명의 배움터지킴이가 근무하고 있다. 초등학교 84개교엔 대전시 노인일자리사업인 새싹지킴이가 운영되고 있다. 배움터지킴이는 학교마다 평균 2명씩 근무한다. 근무 시간은 일일 6시간 정도로 학교마다 제각각이다. 사실상 학교 출입 통제 역할을 맡기기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외부인의 학내 무단침입 사건은 지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 8일 오전 10시쯤 전남 무안의 한 고등학교에선 20대 남성이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여학생의 신체를 휴대폰으로 몰래 촬영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다른 학교에서도 불법 촬영을 시도하는 등 비슷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학교에도 배움터지킴이가 있었지만 남성이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2021년 충남 아산에선 흉기에 찔린 남성이 수업 중이던 초등학교 교실에 들어가 학생들이 대피하는 일이 있었다. 2018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2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4학년 학생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여 충격을 줬다. 2013년에도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 납치 사건이 있었다.
교육계와 전문가들은 방문자 대기실과 학교전담경찰관 배치 등 안전·보안대책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현희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학내 폐쇄회로(CC)TV 설치나 노인 일자리 창출의 일환으로 시행된 ‘배움터지킴이’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교문 입구에서 배움터지킴이가 방문자를 점검하고 이름과 연락처를 받지만, 방문자가 허위 정보를 기록하고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더라도 제지할 방안이 없는 실정”라고 꼬집었다. 김 지부장은 “교육활동 보호와 학교 구성원의 안전을 위해 ‘학교 전담 경찰관’ 배치를 요구해왔다”며 “교육청의 의지가 있다면 경찰이나 지자체와 공조해 충분히 안전·보안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미랑 한남대 교수(경찰학과)는 “학교에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하는 게 중요하다”며 “학교에 외부인이 들어올 때 이름을 적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특정 공간인 ‘방문자 대기실’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학교는 학습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직장이기 때문에 안전 뿐 아니라 보안의 문제에서도 출입 통제가 필요하다”며 “학교가 마치 지역사회 커뮤니티처럼 다같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전교육청은 뒤늦게 학교 출입 통제 강화 등 대책을 내놨다.
대전교육청은 이날부터 2주간 학교 현장 안전 실태 점검에 돌입했다. 시교육청은 실태점검반을 꾸려 대전 지역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출입문 통제시스템 현황, 외부인 출입 관리 실태, 배움터지킴이 근무 시간 등을 확인한다.
배움터지킴이가 특별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학생 보호 인력 증원도 검토한다. 주말이나 일과 시간 후 학교 문을 열어주는 ‘개방형 학교’ 운영 여부도 논의한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민원인들이 머무는 대기 공간을 마련해 물리적 접촉을 차단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