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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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폭염 속 전력수요 최고치, 돌발 정전 없게 비상대응을

7∼8일 전력수요가 올여름 최고치인 92.9GW에 달할 것이라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밝혔다. 역대 여름철 중 최고 전력수요를 기록했던 지난해 7월 7일 93GW와 맞먹는 수준이다. 북상 중인 태풍 ‘카눈’이 더운 공기를 밀어올리면서 13일째 역대급 폭염특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7말·8초’ 휴가를 마친 산업체와 기업들의 공장 가동과 업무 복귀가 본격화해 전력수요가 급증했다. 코로나19 재유행에다 ‘묻지마 범죄’로 시민들이 외부 활동을 꺼리면서 가정용 전기 사용량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틀간 전력 공급능력은 104GW로 아직은 최고치 대비 11GW 이상 여유가 있다. 보통 전력 예비율이 10%를 넘으면 안정적으로 평가되는데 현재 11.5%에 달한다. 지난 7월 가동이 정지된 0.95GW 규모의 영광 한빛원전 2호기가 지난 6일부터 재가동된 건 가뭄의 단비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어제 “이번 주 수요 증가에 대비해 원전, 화력발전 등을 총동원해 충분한 공급능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전력 대란’까지는 아니라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전력수요 예측은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다. 언제든지 돌발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자동차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전력 사용량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고효율·저에너지 산업으로 옮겨가는 게 세계적 추세라지만 경제규모 확대는 필연적으로 전력수요 상승으로 이어진다. 남유럽·미국 일부 등에서는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에 정전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수도권에서 전력 과부하 정전사고가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등의 예기치 못한 가동중단에 따른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끔찍하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은 여름철보다 겨울철 전력수요를 더 늘리면서 각국의 전력 수급대책 수립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전력대란은 국민 생활과 산업현장에 치명타를 입히는 만큼 당국의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 폭염이 에너지 취약 계층에게 또다른 재난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사회안전망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국가 핵심 인프라인 전력은 안정적 공급이 필수다. 이 장관은 “전력수요를 결정하는 건 국민”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개문냉방 자제, 불필요한 전등 소등 등 일회성이 아닌 에너지 절약 습관을 연중 생활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