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새만금 야영지 떠나 수도권으로… 잼버리 향후 일정은

8일 오전 10시 버스 1000대로 이동
상당수 참가자 “야영지 떠나 아쉬워”
수도권 광역단체들 숙소 확보 분주
소요예산 선지급 후 특교세로 정산

종교계도 수련원 등 숙소 제공 나서
문체부, 대원들에 K컬처 체험 지원

온열환자 대응 긴급구호품 등 제공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폭염에 이어 태풍 ‘카눈’ 한반도 북상으로 야영을 조기에 중단하기로 하면서 조직위원회와 참가국 대표단은 향후 일정을 고민하고 있다. 사실상 새만금 잼버리가 막을 내리고 ‘문화탐방’과 공연으로 잔여 일정을 채우는 상황에 처했다. 새만금에서 진행되던 프로그램은 8일부터 중단하고 참여국별로 수도권 일대로 영지를 옮겨 산업·문화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을 이어간다. 잼버리 주요 행사 중 K-팝 콘서트는 1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7일 오후 6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부·국방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등 주요 부처와 회의를 열고 새만금 잼버리 참가자들의 대피 계획을 논의했다. 정부는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에 숙영 중인 146개국 3만7000여명을 8일 오전 10시부터 버스 1000여대로 전국 각지에 차례로 옮기기로 했다. 경찰은 교통경찰과 기동대를 투입해 참가자들의 이동 경로를 호위한다. 대피 이후에는 숙소 주변 경비와 안전 관리를 지원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중독 위험 등이 없도록 참가자 숙소의 음식을 점검한다.

새만금서 마지막 날 공연 관람 7일 밤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 참여한 각국 대원들이 ‘새만금 갓 탤런트’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8일 오전 10시부터 순차적으로 대회 참가자들의 비상 대피를 진행할 예정이다. 부안=뉴시스

비상 숙소는 태풍 영향권에 들지 않을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보한다. 정부는 서울·경기·인천·천안 등에서 샤워시설, 화장실, 식당 등을 갖춘 고교·대학 기숙사, 기업·종교기관 연수원, 군 시설 등을 취합해 조직위와 세계스카우트연맹에 제시하기로 했다.

 

각국 스카우트 대원 상당수가 향할 것으로 예고된 수도권 광역단체들은 숙소 확보에 분주한 모습이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와 함께 공공기관 연수원, 대학교 기숙사 등을 중심으로 가용한 숙소 확보에 나섰다. 단체활동 편의와 식사 제공 가능 여부, 샤워 시설 편의성 등을 고려 요소로 검토했다. 인천시와 경기도 역시 잼버리 조직위로부터 요청을 받고는 가용한 숙소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숙박 기간은 폐영식이 열리는 오는 12일까지다. 숙박비와 식비 등 소요 예산은 자치구가 사전 지급하고,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 등으로 사후 정산할 예정이다. 숙박비는 1박당 15만원(2인 1실 기준), 식비는 인당 1일 5만원으로 책정됐다.

7일 전북 부안군 고사표 해수욕장을 찾은 스카우트 대원들이 영외 활동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스웨덴, 벨기에, 캐나다, 아일랜드 등 8개 국가 2800여 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대학교 기숙사 공실을 숙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잼버리 기간이 끝난 뒤에도 대원들이 한국에 머무르며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종교계도 힘을 보탠다.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9∼10일 새만금 인근과 전국 각지에 있는 기독교 수양관, 교회시설, 수련원 청소년 센터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조계종은 서울, 경기, 인천, 충청 일대에 하루 1600여명의 참가자가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는 44개 사찰 명단을 정부에 제공했다.

 

문체부는 또 잼버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청와대와 국립박물관, 예술의전당, 국립국악원 등 주요 문화기반시설에서 K-컬처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참가자들이 기다려온 K-팝 콘서트는 장소 재조정이 검토되고 있다. 폐막일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하는 안이 유력하다. 같은 날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 개최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장소를 번복한 것이다.

7일 전북 부안군 고사표 해수욕장을 찾은 스카우트 대원들이 영외 활동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조직위 관계자는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으로 잦은 번복과 졸속 운영의 허점을 노출했으나, 정부와 민간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야영지 상황이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프로그램 진행도 안정을 되찾고 있는 시점에 영지를 떠나기로 해 아쉬움이 크다”며 “이번 잼버리에 참가한 세계 각국 청소년들이 가장 고대하는 행사 중 하나인 K-팝 콘서트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피 소식을 전해 들은 각국 청소년 참가자들 상당수는 “덥지만 고르지 않은 일기 상황으로 야영지를 떠나게 돼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각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지역 전통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던 전북 14개 시군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인천선 평화·역사 관광체험… 익산선 백제왕궁 시간여행… 지자체들 ‘잼버리 유종의 미’ 동참 총력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부실 준비’ 논란에 휩싸인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각국 대원들에 다양한 문화체험·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가 하면, 긴급구호품 등 물자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서울썸머비치 축제 행사장에서 영국 잼버리 대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조기 퇴영해 서울 등에서 머물고 있는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바로 한강 수상스포츠 체험과 남산 트레킹을 할 수 있게 준비했지만, 영국 대표단 측이 “8일부터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일부 영국 대원은 이날 경복궁 등에서 문화체험을 하는 등 자유일정을 보냈다. 시는 전날에는 영국 대표단에 첫 단체 일정으로 2층짜리 야간 시티투어버스를 지원한 바 있다.

 

인천시는 이날 영종도에 여장을 푼 일부 영국 대원들을 위해 문화·힐링·평화·역사·감동을 주제로 한 5개의 관광·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12일부터는 멕시코·벨기에·아이슬란드·아일랜드·체코·일본 대원 1000여명이 순차적으로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조기 퇴영해 대전으로 향한 싱가포르 대표단 60여명은 유성구 한국수자원공사 물관리종합상황실과 대청댐을 찾아 수자원시설을 둘러봤다. 이들은 이날 오후에는 공주시 동학사와 계룡산 국립공원을 방문했다.

 

새만금이 있는 전북도의 다른 시·군에도 각국 스카우트 대원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익산시는 2일부터 하루 평균 800여명의 각국 대원이 세계문화유산 왕궁리유적의 ‘백제 왕궁을 소개합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행사는 10일까지 이어진다. 경남도는 잼버리 참가자들을 위해 합천군 해인사와 영상테마파크 관광, 통영·거제 모터보트투어와 스노클링 등 지역 관광 프로그램 7개를 발굴했다.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를 조기 퇴영해 대전 수자원공사 인재개발원에 입소한 싱가포르 대원들이 7일 오후 충남 공주 계룡산국립공원을 견학하고 있다. 뉴스1

경북 안동시는 체코·루마니아·우루과이 대원 120명에게 세계유산 하회마을 등에서 문화유산 연계 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한 데 이어 호주 대원 320명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울산시는 잼버리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한 것과 관련, 1000만원 상당의 긴급구호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강원도도 2000만원 상당의 선크림 1000개와 휴대용 선풍기 1000개를 잼버리 현장에 지원하겠다고 김진태 도지사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부안=김동욱 기자, 김주영 기자, 이강은 선임기자,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