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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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혁신위로 당내 분란 커지는데 이 대표는 손 놓고 있을 건가

내일 ‘대의원제 축소’ 쇄신안 발표
비명 “강성 지지층 입김 커져” 반발
책임 통감하고 결자해지 나서야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대의원제 축소를 골자로 한 혁신안을 내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달 말 활동 조기 종료를 앞두고 내놓는 혁신안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당내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등의 입맛에 맞춘 혁신안으로 진정한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혁신위가 김 위원장의 노인 비하 논란 등 각종 설화로 사실상 수명을 다한 상황에서 대의원제 축소 방안을 두고 민주당이 분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서 지적하는 대의원제의 문제점은 표 가치의 형평성이다.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이 행사하는 1표가 권리당원 50∼60표에 해당해 표 등가성이 당원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비명계는 대의원제가 편중된 지역구도를 보완하는 장점이 있다면서 축소에 반대한다. 개딸의 폭력적 집단행동이 문제 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의원제를 축소할 경우 이들의 입김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대의원제 축소는 쇄신보다는 개딸의 힘을 키워주려는 친명계의 꼼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처럼 당내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는데도 이 대표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여름휴가를 마치고 당무에 복귀한 그제 김 위원장의 노인 비하 논란에 대해 “신중하지 못한 발언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았던 분들이 계신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을 뿐 자신에게 제기되는 책임론이나 김 위원장 경질 여부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이것만이 아니다.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을 탈당한 윤관석 의원이 구속됐고, 검찰이 돈봉투를 받은 의원들 이름을 특정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도 이 대표는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행태다.

민주당이 혁신위를 꾸릴 수밖에 없었던 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코인) 보유·투기 의혹 등으로 민심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혁신위가 논란과 물의만 일으킨 채 초라하게 예정보다 빨리 간판을 내리게 된 책임도 이 대표가 져야 마땅하다. 김 위원장을 발탁하고 혁신위를 출범시킨 게 이 대표 아닌가. 돈봉투 사건도 발등의 불이다. 이 대표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당의 현실을 직시하고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책임을 회피한다면 제1 야당 대표라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