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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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칼부림 예고에… 실시간 ‘알림 사이트’까지 떴다

‘테러리스’ 살인예고 정보 한눈에
서비스 하루 만에 5만여명 접속
대학생 4명 팀 이뤄 사이트 개발
“시민 불안감 조금 덜어주고 싶어”
일각 “살인예고 글 부추길 수도”

서울 관악구 신림역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뒤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살인예고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이 관련 게시물 작성자를 강력 처벌하겠다고 경고했지만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테러 예고 글에 올라온 내용을 실시간으로 알려 주는 웹사이트까지 등장했다.

 

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에서 살인예고 글 작성자 67명이 검거됐다. 전날 오후 6시 기록한 65명에서 2명 늘었다. 살인예고 글은 지난달 21일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올라오기 시작해 지난 3일 서현역 사건을 기점으로 폭증했다.

흉기 난동 관련 예보 글을 올린 것을 정리한 지도 서비스 ‘테러리스’ 캡처 화면. 8일 오후 2시30분 기준으로 전국 각지에 60건의 제보가 공유돼 있다. 웹사이트 캡처

경찰이 작성자를 일일이 추적해 엄중 처벌하겠다고 밝혔고, 긴급 스쿨벨도 발령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전날까지 검거된 인원에서 10대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발표했던 경찰은 이날부터는 연령대나 성별 통계 등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예고 글이 실제 범행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민들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고등학교는 학교 근처에서 흉악 범죄를 예고하는 글이 올라왔다는 경찰 통보에 따라 이날부터 당분간 외부인의 학교 출입을 통제하고 방과 후 수업을 취소하기로 했다.

 

살인예고 관련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지도 형태로 정리한 사이트는 트래픽이 폭주했다. 지난 6일 서비스를 개시한 ‘테러리스(terrorless)’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예고된 테러 관련 제보를 모아 제공하고 있다. 테러의 종류에는 살인, 칼부림, 폭탄 테러, 흉기 난동이 포함되며 특정 인물이나 단체를 지목해 예고된 경우에는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흉기 난동 관련 예보 글을 올린 것을 정리한 지도 서비스 ‘테러리스’ 캡처 화면. 8일 오후 2시30분 기준으로 전국 각지에 60건의 제보가 공유돼 있다. 웹사이트 캡처

이날 오후 6시15분 기준 73개의 테러 예고 글이 올라왔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하루 만인 지난 7일 5만명이 이 사이트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리스 사이트에 접속하면 지도에 테러가 예고된 장소가 원으로 표시된다. 사건 현황에 따라 예고만 된 경우는 노란색, 피의자 검거 시 파란색, 실제 발생한 사건은 빨간색, 허위로 판명났을 경우 회색으로 나타난다.

 

테러리스 사이트를 개발한 건 4명의 대학생이 만든 스타트업 ‘01ab(공일랩)’이다. 01ab은 “살인이 예고된 위치와 시간, 살인 예고 글의 출처, 사건 경과 등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해 조금이라도 불안감을 덜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8일 흉악범죄 예고 글로 학교가 일시 폐쇄된 서울 시내의 한 고등학교에 경찰관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런 사이트 운영이 오히려 살인예고 글 작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 교수(프로파일러)는 “위험을 알리는 건 좋지만, 살인 예고 게시자들의 ‘관심 받고 싶다’는 심리를 증폭시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트의 테러 예고 목록에 오르는 것을 ‘유명해졌다’고 느끼며 목록에 오르기 위해 살인예고 글을 작성하는 이들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의갑 경기대 경찰행정학 교수도 “살인예고 글이 더 이목을 끌게 해서 모방하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테러리스는) 그런 글에 정부가 어떻게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 알리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된다”며 “정부 주관으로 운영하면 정부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