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의 북상에 한반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상청이 8일 발표한 카눈의 예상 경로를 보면 10일 오전 9시쯤 경남 통영에 상륙한 뒤 동해쪽으로 방향을 틀지 않고 충북 충주 방향으로 북상, 서울과 북한 평양 인근을 지나 중국쪽으로 빠진다.
남해안에 상륙한 태풍이 북한 방향으로 이동하며 한반도를 세로로 가르는 형태로 수직 관통한 경우는 기상청 날씨누리에 기록된 1977년부터 지금까지 찾아볼 수 없다.
태풍이 내륙을 길게 훑고 지나가면 피해가 커진다.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피해를 남긴 2002년 15호 태풍 루사는 중심 최대풍속 초속 36m ‘강’ 상태로 고흥반도에 상륙했다. 이어 강원도쪽으로 북동진하며 많은 비를 뿌리고 속초 부근에서 동해로 빠져나갔다. 당시 루사가 느리게 이동하며 내륙에 오래 머문 것도 피해가 커진 요인 중 하나였다.
카눈 역시 강하고 느린 상태로 한반도에 상륙할 전망이다. ‘강’ 태풍은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33m 이상, 44m 미만인 경우로 기차를 탈선시킬 수 있는 위력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8일 오후 현재 카눈은 느린 속도로 일본 가고시마 남쪽 해상을 지나고 있다.
카눈은 10일 오전 9시 경남 통영 서쪽 30㎞ 부근 해상까지 북상한 뒤 상륙해 북서진을 거듭하면서 12시간 뒤인 11일 오전 9시 북한 평양 북동쪽 70㎞ 지점에 이르겠다. 관련 국가 기상당국이 예측한 카눈의 경로를 비교하면 한국 기상청의 예상 경로가 가장 동쪽이다. 이에 따라 카눈 예상 경로가 서쪽으로 더 옮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경로든 태풍의 영향권에 들게 되면 전국에 폭우와 강풍이 예상된다. 기상청은 “태풍 반시계방향 회전에 따라 부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국내에 유입돼 산 등 지형과 충돌하면서 구름대가 들어오기 전부터 비가 내릴 수 있으니 사전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큰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여름 휴가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은 태풍 카눈 대비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복귀 일정을 하루 앞당겼다. 윤 대통령은 8일 오후 한덕수 총리와 17개 부처 장관, 청장, 시도지사, 참모진 등과 화상 회의를 열고 태풍 대처, 안전관리 대책 등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