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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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태풍 ‘카눈’ 한반도 관통, 더는 人災·官災 없도록 철통 대비를

10∼11일 전국적으로 강풍·폭우
선제 대응으로 피해 최소화해야
잼버리 참가자 안전에도 신경을
[서귀포=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6호 태풍 '카눈(KHANUN)'이 북상 중인 9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항에 피항 중인 선박들이 불을 환히 밝히고 정박해 있다. 2023.08.09. woo1223@newsis.com

제6호 태풍 ‘카눈’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기상청은 어제 서귀포 동쪽 인근까지 온 카눈이 오늘 오후부터 내일 새벽까지 강한 바람과 폭우를 동반할 것으로 예보했다. 최대 풍속이 시속 126㎞로 기차를 탈선시킬 정도로 위력적인 카눈은 지역에 따라서는 600㎜가 넘는 비를 뿌리거나 시간당 100㎜ 이상의 물폭탄을 쏟아낼 수도 있다고 한다. 집중호우로 지난달 47명의 사상자를 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칫 재난이 또 발생할 수도 있다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행정력을 총동원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무엇보다 인명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카눈은 중심기압 970hpa(헥토파스칼), 최대 풍속 초속 35m로 지난해 9월 큰 피해를 안긴 힌남노급이다. 기상청은 2012년 경남 진주에 상륙해 2명이 사망하고, 3800여명의 이재민, 3600억원의 피해를 낸 태풍 ‘산바’의 경로와 닮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번 태풍이 예상을 깨고 한반도에 오래 체류하며 피해를 키울 수 있어 우려를 더한다. 그런 만큼 모든 상황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이상 인재(人災)·관재(官災) 얘기가 나와선 안 될 것이다.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의 악몽이 되살아나선곤란하다. 오송 참사는 전형적인 인재·관재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안일하고 허술한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 당시 관련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는 ‘뒷북’ 대응이나 ‘누구 탓’하는 후진국형 악습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고강도 안전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 영향으로 태풍의 향배나 위력을 점치는 게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태풍 7호 ‘란’도 도쿄 먼바다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니 기상 변수에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될 것이다.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상습 침수 지역을 우선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벽에 비상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위험 지역 주민에 대한 사전 대피 매뉴얼을 가동해야 한다. 지하차도, 반지하 주택,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차수막 설치와 하천변 인근 지역, 산과 가까운 급경사지 등의 점검에 한 치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재난문자 시스템과 대피 경로 등도 점검해야 한다. 새만금 야영지를 떠나 전국으로 산재해 활동을 이어 가는 ‘잼버리 대회’ 참가자들의 안전도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