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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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유치에 정부·국회 총력전 중인데…“물 건너갔다”는 野 대변인

정부·국회·재계 외교 총력전 중인데
“비판받기 싫으면 정부·여당 안 해야”
與 “세 치 혀로 엑스포 모욕···사퇴해야”
金, 5월 北 발사체 도발 땐 한반도 평화
위협한 北 대신 재난문자 ‘오발령’ 탓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초선·제주시을)이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준비 부실을 문제 삼으며 “2030 세계 엑스포 부산 유치는 물 건너갔다고 본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고 있다. 잼버리가 마무리되기도 전 벌어진 여야 정쟁의 불길을 엑스포 유치전으로 확산시켰기 때문이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대통령을 비롯, 정부가 외교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고 국회 차원에서도 의장단이 직접 나서 각국 정부에 부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물 건너갔다” 발언이 이 나라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과연 할 수 있는 말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뉴스1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대변인의 문제 발언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대담 과정에서 나왔다. 김 대변인은 “이번 (잼버리) 사태로 인해서 부산 엑스포 같은 국제행사 유치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며 “저는 엑스포 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본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아무리 야당 국회의원이더라도 정부가 잘못한 부분에 대한 비판도 할 수 있지만, 국민적 염원으로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김 대변인은 “그렇게 비판을 받기 싫으면 정부·여당 하면 안 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김 대변인이 “물 건너갔다”고 한 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프랑스로 출국,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해 직접 영어로 프레젠테이션(PT)하며 각국에 부산 지지를 호소했다. 유치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정부 기능별 외교 노력도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역시 ‘엑스포 특별위원회’, ‘경제외교자문위원회’ 차원의 유치 노력이 한창이다. 김영주·정우택 국회부의장 등 의장단도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의원외교에 나섰다.

 

재계에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 민간위원회’를 꾸렸다. 여기에 삼성전자, 현대차, SK, LG, 롯데 등 주요 기업 11곳이 힘을 보탰다. 엑스포 유치를 위한 민관 합동외교 총력전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김 대변인을 강력 규탄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김 대변인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며 “얼마나 윤석열정부를 흔들기 위해 나라가 잘 안 되길 바라는지 그 속내를 투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엑스포특위 여당 간사인 안병길 의원은 “세 치 혀로 부산 엑스포를 모욕한 김 대변인은 즉각 사죄하고 대변인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본인 발언으로 촉발된 논란을 당 차원의 정식 브리핑으로 맞대응했다. 그는 “부산 엑스포 얘기로 말꼬리 잡지 말라”며 “야당의 상식적인 비판도 받아들이지 못할 거라면 앞으로 집권하지 말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지난 5월 북한의 우주 발사체 도발 때도 한반도 평화를 위협한 북한을 규탄하는 대신 서울시의 재난문자 ‘오발령’만 탓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침부터 재난문자로 모닝콜을 주더니 갑자기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며 “아마추어 행정이 재난이다. 윤석열정부나 오세훈 서울시나 도긴개긴”이라고 적었다. 북한 도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배민영·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