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사무관이 자녀의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자녀를 ‘특별하게 대해달라’고 요구했다가 ‘교권 침해’ 판단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가운데, 교육부가 지난해 이미 해당 직원의 ‘갑질’ 의혹에 대해 조사했으나 징계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직원 A씨가 교사에게 갑질을 했다는 제보를 받았고, 감사반을 편성해 자체조사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전날 초등교사노동조합은 교육부 사무관 A씨가 지난해 10월 초등학생 자녀의 담임교사 B씨를 괴롭힐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아동학대로 신고했으며, 교체된 새 교사에게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니 왕자에게 말하듯 해달라”고 하는 등 부당한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B씨는 A씨의 신고로 직위해제됐다가 무혐의 통보를 받고 올해 2월 복직했고,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A씨의 행위를 교권 침해라 판단하고 서면 사과 등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전날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즉시 조사반을 편성했고, 대전시교육청은 이날 A씨에게 직위해제를 통보했다. 교육부는 제기된 의혹을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엄중하게 조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지난해 조사를 진행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13일에는 ‘A씨가 본인의 자녀를 왕자님처럼 대해달라고 하며 자신의 자녀편을 들어달라고 요구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제보를, 12월21일에는 ‘A씨가 공직자통합메일을 통해 ‘담임선생님께’라는 문건을 보내고, 자녀 학급에서 일어난 담임교체 건에 대해 자신이 신고했던 내용을 새 교사에게 송부했다’는 제보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조사 당시에는 B씨에 대한 세종시청의 아동학대 판단이 존재해 갑질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다만 A씨가 공직자통합메일을 통해 교체된 교사에게 메일을 보냈던 점 등을 고려해 A씨가 향후 교사의 학생지도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도록 ‘구두경고’ 조치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B씨는 아동학대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정됐고 A씨의 행위도 교권 침해로 판단되는 등 당시와 다른 사실이 파악된 만큼 엄정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조사과정에서 A씨가 교육부 공무원이란 점을 이용해 압박했다는 정황이 확인될 경우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품위 유지 의무 위반’도 징계 사유인 만큼 A씨가 악의적으로 교사를 괴롭힌 점이 확인되면 이 자체만으로도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가 교권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에서 교육부 공무원이 교권 침해의 당사자란 것 자체가 문제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 지원과 교사 보호에 앞장서야 할 교육부 사무관이 오히려 학교를 힘들게 하고, 교사의 교권을 훼손하는 행위를 한 데 대해 분노한다”며 “교육부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