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K팝 가수의 공연을 직접 보다니 꿈만 같아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갖고 떠나게 돼 정말 행복합니다.”
11일 오후 7시부터 2시간가량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를 관람한 외국 스카우트 대원 상당수가 이런 반응이었다. 잼버리 행사 초반 불볕더위와 새만금 야영지의 열악한 환경 등에 힘들어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K팝의 위력을 다시 보여준 순간이다.
태풍 ‘카눈’ 때문에 지난 8일 새만금에서 전국 8개 시·도로 분산된 스카우트 대원들은 버스 1400여대에 나눠 타고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순차적으로 입장했다. 경기장 앞에 결집한 잼버리 국제운영위원(IST)과 대원들은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하면서 K팝 공연을 직접 본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대만에서 온 에릭(21)과 첸유자우(18)는 “뉴진스, 아이브, 마마무, NCT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돌이 온다고 들었는데 너무 신난다”며 활짝 웃었다. 옆에 있던 초츠이(18)는 “친구들이 사진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는데, 절대 보내주지 않고 혼자 간직하겠다”며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
콘서트가 열리는 동안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전 세계 스카우트 대원 4만여명의 환호와 갈채로 떠나갈 듯했다. 관중석과 그라운드에 마련한 좌석까지 4만3000석을 가득 메운 잼버리 참가자들은 잼버리(Jamboree)의 뜻과 같이 ‘유쾌한 잔치’를 즐겼다. 진행을 맡은 배우 공명과 아이돌 그룹 있지(ITZY)의 유나, 뉴진스의 혜인이 출연자를 소개할 때마다 함성을 지르며 열광했다. 야광봉을 흔들면서 흥에 겨운 몸짓으로 K팝에 젖었고, 아는 노래가 나오면 떼창으로 화답했다. 그라운드 좌석에 앉은 대원들은 빗줄기 속에 우비를 입고 관람해야 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NCT 드림의 무대를 끝으로 모든 출연자가 나와 마지막 곡 ‘풍선’을 부르며 인사할 때 대원들은 객석에 던져진 대형 풍선들을 던지고 받으면서 마지막 우정을 나눴다. 동시에 잼버리 행사 종료를 축하하는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스카우트 대원들은 주변 좌석을 정돈한 후 숙소가 먼 지역에 있는 대원들부터 질서정연하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무대에 오른 K팝 스타는 NCT 드림 외에 뉴진스와 아이브, 있지, 마마무, 더보이즈, 셔누·형원, 프로미스나인, 제로베이스원, 강다니엘, 권은비, 조유리, 피원하모니, 카드, 더뉴식스, ATBO, 싸이커스, 홀리뱅, 리베란테 19개 팀이다.
성황리에 마무리된 콘서트였지만 성사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콘서트는 당초 지난 6일 야영지인 새만금 야외무대에서 열리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폭염에다 조직위원회의 부실 대응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편의시설 부족과 위생 문제 등으로 잼버리가 파행하면서 콘서트 날짜와 장소가 11일 전주월드컵 경기장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된 프로축구 경기 장소까지 바뀌어 논란이 됐다. 그러다 태풍 ‘카눈’의 진로변경에 따른 안전문제가 제기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다시 변경됐다. 출연진 역시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아이브 등 출연이 불투명해진 경우도 있었다. 이에 콘서트를 생중계한 KBS가 이날 예정됐던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를 결방하고, 뮤직뱅크에 출연 예정이던 가수들을 K팝 슈퍼 라이브 무대에 오르도록 하면서 정상적으로 공연할 수 있게 됐다. 아이브 역시 잡혔던 스케줄을 어렵게 조정한 뒤 무대에 올랐다.
콘서트에는 출연하지 않았지만 K팝을 대표하는 방탄소년단(BTS)은 기념품으로 대원들과 만났다. 소속사 하이브는 이날 콘서트 관람 대원 전원에 BTS 포토카드 세트 4만3000개(판매액 기준 8억여원 상당)를 선물했다.
BTS 포토카드 세트는 RM·진·슈가·제이홉·지민·뷔·정국의 초상이 각각 담긴 7종으로 구성됐다. 하이브 관계자는 “한국을 찾은 150여개국 4만여명 대원들이 K팝 문화를 가까이서 느끼고 경험하실 수 있도록 지원을 결정했다”며 “이번 공연이 한국에 대한 특별하고 소중한 추억을 쌓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