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프 브로드웨이 최장수 뮤지컬 ‘판타스틱스’을 만든 극작가 겸 작사가 톰 존스가 11일(현지시간) 9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존스가 가사를 쓴 ‘트라이투리멤버’(Try to remember)는 판타스틱스 공연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명곡이다.
12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존스는 전날 코네티컷주(州) 샤론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유족은 언론에 고인의 사인이 암이라고 밝혔다.
고인은 1928년 텍사스주에서 칠면조를 기르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고교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영화관 안내원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마을 장기자랑 대회 사회자로 발탁됐다. 이때 처음 연기에 눈을 뜬 고인은 텍사스 대학 연극학과에 진학해 극예술을 제대로 공부했다. 1951년 석사 학위를 취득한 고인은 징집을 거쳐 당시 한창이던 6·25전쟁에 파병될 예정이었으나, 뛰어난 타자 실력을 인정받아 행정병 보직을 받고 본국에 남게 됐다.
고인은 대학생 시절 알게 된 작곡가 하비 슈미트와 평생에 걸쳐 교우했다. 두 사람은 군인 시절에도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작곡 그리고 작사에 관한 아이디어를 교환했다. 제대 후 뮤지컬 제작에 관여하던 고인은 1960년 슈미트가 작곡한 노래에 그가 가사를 붙인 뮤지컬 판타스틱스를 오프 브로드웨이의 설리번 스트리트 플레이하우스 무대에 올렸다.
초연 당시 호평과 악평이 엇갈린 이 작품은 이내 커다란 히트를 기록했다. 열여덟 소녀 루이자와 스무 살 청년 마트의 풋풋한 사랑 그리고 아름다운 성장에 관한 내용으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02년까지 같은 곳에서만 1만7162회 공연되며 기네스북에 ‘단일 극장에서 무대에 오른 최장 공연’으로 기재됐다. 2002년 이후로도 오프 브로드웨이와 브로드웨이를 넘나들며 지금까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판타스틱스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 트라이투리멤버는 고운 멜로디와 순수한 가사로 큰 인기를 얻었다. 제리 오바치가 처음 부른 이 곡은 이후 에드 에임스, 로저 윌리엄스, 브라더스 포, 바버라 스트라이샌드, 나나 무스쿠리, 해리 벨라폰테 등에 의해 리메이크됐다. 한국에서도 성시경이 2003년 발표한 앨범에 이 곡을 수록했다.
판타스틱스의 대성공으로 유명인이 된 고인은 슈미트와 협업해 1966년 ‘아이두 아이두’(I Do, I Do), 1969년 ‘축하’(Celebration) 등 뮤지컬을 만들었으나 판타스틱스를 능가한 작품은 없다. 2002년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인은 판타스틱스가 자신의 경력을 지배하다시피 한 것에 대해 “불쾌하지는 않지만 나와 슈미트가 했던 다른 작업을 덮어버렸다는 점은 아쉽다”고 회상했다.
고인은 첫번째 부인과 이혼한 뒤 재혼했다. 2016년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해로했다. 유족으로 두 아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