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의미의 사회복지는 산업혁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혁신적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빈곤문제가 대두되면서 민간 차원의 자선사업과 복지관 운동이 시작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현대 사회복지의 효시가 되었다. 한편, 독일에서는 투표권을 갖게 된 노동자들의 과격한 행동을 우려한 비스마르크의 대응방안이 사회보험 형태로 추진되었다. 사회복지의 혁신적 전통은 그 후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의 모습으로 계승되었다. 농민을 고리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 사회적 금융의 모체 역할을 담당하는 영국의 빅소사이어티캐피털,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는 미국의 아쇼카재단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한국에서 사회복지의 진화과정을 살펴보면, 정부 출범 이후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된 1987년까지가 ‘사회복지 1.0: 기반조성기’이고, 그 후 다양한 형태의 사회보장제도가 도입된 2010년까지를 ‘사회복지 2.0: 제도확충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선거공약으로 제시되고,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 선심성 공약이 현실화되면서 사회복지 진화의 세 번째 단계가 시작되었다. 2022년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 ‘기본시리즈’를 선거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사회복지 3.0: 인기영합기’는 그 절정에 달했다.
현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와 저출산 추세를 감안하면 사회복지 부문에서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가 미래가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윤석열정부는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이의 성공적 구현을 위해서는 우선 연금개혁을 잘 마무리해야 하고, 다음으로는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기존의 비효율적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 통합적 체계로 개편하면서 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복지’를 구현해야 한다.
개혁의 첫 번째 과제인 연금개혁은 대선공약으로 제시된 대통령 산하 ‘연금개혁위원회’ 설치·운영이 무산됨으로써 국민적 신뢰를 크게 상실하였다. 연금개혁을 강행하면 정권의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는 걱정도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오랜 기간 연금제도를 운영한 선진국들은 물론 상당수 남미국가들도 과감한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바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연금개혁의 시작은 9%로 동결된 보험료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8%까지 인상하는 것이다. 다행히 국민연금 적립금이 금년 5월 말 현재 974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보험료는 20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점진적으로 인상하면 된다. 연금개혁으로 손해를 볼 연금가입자들을 보상해주는 방안으로 기초연금 대상을 모든 노인으로 확대할 것을 건의한다. 그렇게 되면 소득 파악에 소요되는 행정력을 절감함은 물론 기초연금 대상에서 누락된 30% 노인들의 불만도 잠재울 것이다. 또한 기초연금의 보완과 더불어 국민연금을 다른 연금제도와 같이 기여금에 비례하는 연금으로 전환하면, 보험료 인상에 따른 가입자의 저항을 최소화할 것이다.
두 번째 개혁과제는 공급자 중심으로 다기화되어 있는 기존의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수요자 중심 통합체계로 개편함과 동시에 사회보장정보원이 보유한 다양한 데이터와 ICT를 활용해 ‘스마트복지’를 구현하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ICT 강국이고 다양한 데이터를 보관하고 있으나, 막상 이의 활용은 소극적이어서 늘 아쉽게 생각한다. 상황이 이렇게 된 원인은 우선 정부 차원의 강력한 의지가 부족하고, 다음으로는 복지사업을 운영하는 기관들의 이기주의가 전달체계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말 개최된 ‘사회보장위원회’에서는 전달체계 개혁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 표명이 있었으나, 전문가들은 연금개혁도 주저하는 정부가 과연 전달체계 개혁을 할 수 있을지 염려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재임기간에 연금과 전달체계 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금년부터 ‘사회복지 4.0: 사회복지 혁신기’가 시작되었다는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