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열흘 만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계대출 잔액이 6000억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같은 기간 1조원 넘게 급증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이 이달까지 5개월 연속 불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는 최근 인기를 끄는 ‘50년 만기 주담대’ 등에 대한 관리 강화 유도에 착수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0일 기준 679조889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679조2208억원) 대비 6685억원 늘어난 규모다.
주택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하면서 주담대가 급증한 점이 전체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512조8875억원에서 이달 10일 514조1174억원으로 1조2299억원이나 뛰었다. 이 같은 추세를 볼 때 전체 은행권 및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올해 4월 이후 이달까지 다섯 달 연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은행권과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각각 6조원, 5조4000억원 불었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지속하자 주담대 관리 강화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연 뒤 50년 만기 주담대와 인터넷전문은행의 비대면 채널 주담대 등에 대해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차주가 원리금을 50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는 대출 상품으로, 올해 1월 Sh수협은행이 선보인 뒤 5대 은행도 지난달 이후 줄줄이 내놓고 있다. 5대 은행 중 해당 상품을 취급하지 않았던 우리은행도 14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최장 40년에서 50년으로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는) 상환 기간을 늘려 매월 원리금 상환액을 줄이는 방식으로 고객들의 금융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차주가 갚아야 할 전체 원리금은 늘어나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년 단위로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감당 능력을 보기 때문에 현재 차주 입장에서는 전체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는 이점이 존재한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이를 이용해 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활용하는 측면이 없는지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의 지난 10일 기준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액은 약 1조2379억원 수준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 가입 연령을 34세 이하로 두는 방식을 통해 주담대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금융위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50년 만기 주담대가 대형 시중은행권에서 팔리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으며 당국에서도 ‘의미 없는 대출’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다만 50년 동안 상환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지원하고 있는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특정 연령을 끊어서 볼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고려해 공급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도록 필요시 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아울러 인터넷은행들이 비대면 주담대 결정 과정에서 차주의 소득 심사를 면밀히 진행하는지 등도 살펴보고 필요하면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