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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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진료 어린이·청소년, 4년 새 82% 늘었다

의학계 “질환 인식 강화된 영향”
치료 거부 땐 교사 지도 어려워
교육계 “상담 권유할 제도 필요”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병원을 찾은 어린이와 청소년 환자가 최근 4년 사이에 80%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ADHD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전보다 높아진 가운데 ADHD 학생 지도 매뉴얼, 지원책은 부족해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ADHD로 진료를 받은 만 6∼18세는 2018년 4만4741명(남자 3만6469명·여자 8272명)에서 지난해 8만1512명(남자 6만3182명·여자 1만8330명)으로 82.2% 늘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의료계에서는 과거보다 증상이 크게 늘었다기보다는 사회적으로 ADHD를 인지하는 분위기가 늘면서 병원을 찾는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그저 ‘산만하다’고 생각하고 넘겼다면 최근에는 문제로 인식하고 치료를 받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김인향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ADHD 진단을 받은 아동·청소년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유병률 자체가 늘었다기보다는 질환에 대한 인식이 강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사 사이에선 ADHD 학생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ADHD 등은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많이 호전되지만, 학부모가 치료를 거부할 경우 학생의 문제행동에 대한 지도책임이 오롯이 교사 개인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달 25∼26일 전국 유·초·중·고 교원 3만2951명을 조사한 결과 86.8%가 “ADHD나 경계성 장애 학생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적 있다”고 답했다. 한 교사는 “감정 조절을 못 하고 물건을 던지거나 위협행위를 하는 학생에게서 다른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해라’, ‘기다려라’ 등의 말밖에 없어 무력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교육계에서는 폭력적인 행위 등 문제행동을 반복하는 학생의 경우 학교장이 학부모에게 상담·치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부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교사가 학부모에게 에둘러서 (아이의 문제를) 말하면 돌아오는 것은 ‘집에선 멀쩡한데 왜 이상한 애로 만드냐’는 반응”이라며 “국가가 ADHD와 경계성 장애 통계관리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정서·행동장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될 경우 편견 없이 아이의 상태를 진단받고 인정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교사에게 ‘우리 아이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을 보내 논란이 된 교육부 사무관도 민간 치료기관의 조언을 그대로 교사에게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의 이런 잘못된 행동은 정서·행동장애에 대한 편견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단 치료가 필요한지부터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아이의 피해를 우려한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