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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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와 시리얼로만 끼니 때워” 스웨덴 부대장 일기에 담긴 ‘잼버리 참상’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한창인 지난 7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지에서 열사병에 걸린 환자가 누워있는 모습(왼쪽∙부안=뉴시스)과 새만금 잼버리의 열악한 실태를 일기를 통해 고발한 모아 매너스트롬 스웨덴 스카우트 부대장(가디언 캡처)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를 끝으로 폐영했지만 준비가 미비한 행사에 대한 불만은 잠재워지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은 스웨덴 스카우트 부대장인 모아 매너스트롬(23·여)의 일기 내용을 전하며 열악한 부지와 무더위, 부실한 식사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던 잼버리의 상황을 다시 한 번 고발했다.

 

일기에 따르면 스웨덴 스카우트는 개영식이 열린 지난 3일 새만금 캠프에 도착했다. 애초 일정보다 하루 늦었음에도 캠프는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특히 바닥에 물이 빠지지 않은 상태여서 텐트를 쳐야하는지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가디언 캡처

 

텐트도 치지 못 한 상황에서 1시간 이상이 걸려 개막식 장소로 이동했는데, 그 역시 쉽지 않았다. 매너스트롬 부대장은 “개막식 장소까지 가는데 폭 2미터의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 때문에 정체가 벌어졌다. 군중에 대한 통제는 없었다”며 “도착했을 때 우리 자리는 없었고 동료들은 집에 가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텐트도 치지 못한) 상태였는데 개막식 장소까지 이동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라며 “개막식 장소까지 가는데 폭 2미터의 다리가 있는데 이 다리 때문에 정체가 벌어졌다. 군중에 대한 통제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개막식을 마치고 새벽 2시에야 텐트 설치를 마쳤다. 그는 “매우 지치고 치열한 시작”이라고 평했다.

 

매너스트롬 부대장은 “텐트 안이 너무 뜨거워서 아침 7시 이후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며 “대원 몇명이 열사병에 걸리기 시작했다. 물이 부족했는데 수돗물은 염소 냄새가 나고 미지근했다”고 토로했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한창이던 지난 3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뗏목 체험장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폭염을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부안=뉴시스

 

음식 문제도 심각했다. 글루텐, 우유, 조개류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 대원들이 있어 이들은 바나나와 콘플레이크로만 끼니를 때웠다고 한다. 또 채식주의자들은 단백질 대체물이 없어 국수만 먹었다고 전했다.

 

셋째날이던 지난 5일에는 대부분 활동이 취소됐다. 무더위로 대원들은 지쳐갔고 화장실 등 시설은 비위생적이었다고 한다. 결국 영국 스카우트가 철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캠프에 걱정이 확산했다.

 

영국 스카우트가 철수하자 그 다음날 미국 스카우트도 떠났다. 그러자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매너스트롬 부대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청소하기 시작하면서 막힌 변기 수가 훨씬 적어졌다”면서 “그늘을 만들고 물을 나눠주며 대원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다”고 했다.

 

잼버리에 참가한 단원들에게 점심으로 빵과 과자 두 봉지, 식혜 한 캔 등 부실한 식사가 제공돼 논란이 일었다. YTN 캡처

 

더불어 “자원봉사자들은 최선을 다했고 그들의 눈에서 그들이 얼마나 피곤한지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시점에 나도 지쳤다. 모두를 행복하고 즐겁게 유지하는 것은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이후 태풍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음날 새만금을 떠났다. 매너스트롬 부대장은 마냥 기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버스에 탔을 때 마침내 에어컨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라면서도 “모든 자원봉사자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우리가 떠날 때 그들은 매우 침울한 분위기였다”고 안타까워했다.

 

야영장을 떠난 스웨덴 스카우트는 인근 대학으로 향했다. 대학에 자리를 잡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휴식 다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