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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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년 1%대 성장 전망에 中부동산 쇼크까지, 비상 대책 세워야

비구이위안 등 ‘도미노 디폴트’ 우려
韓 ‘상저하고’ 경기 전망 물 건너가
수출다변화·신성장 동력 육성 시급

중국경제가 부동산발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5년간 중국에서 부동산기업 매출 1위를 기록했던 비구이위안(碧桂園)이 지난 7일 10억달러 채권 이자 2250만달러를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가뜩이나 대형 부동산업체 헝다(恒大)와 대형 개발업체 완다(萬達)의 몰락으로 흔들리는 부동산업계에서는 도미노 파산 공포가 번지고 있다. 부동산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한다. 중국경제가 부동산 거품붕괴에서 촉발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은 똑딱거리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했는데 과언이 아니다.

대중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그 충격을 가늠하기 힘들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기대 하반기 들어 경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은 물 건너갔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우리 경제가 연내 경기 부진 흐름을 반전시키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어제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 등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의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 평균(7월 말 기준)은 올해 1.1%에 이어 내년에도 1.9%에 그쳤다. 2년 내리 1%대 성장은 유례가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중국의 부동산시장 급락으로 경기침체가 발생할 경우 우리 경제 성장세가 제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저성장 위기를 타개할 해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물가불안 탓에 통화정책은 운신의 폭이 좁고 재정 여력도 바닥이 난 지 오래다. 올 2분기 정부 소비는 전분기 대비 1.9% 쪼그라들었는데 감소 폭이 21년 만에 가장 크다. 세수 부족은 악화일로다. 올 상반기 국세수입은 1년 전에 비해 40조원가량 덜 걷혔고 관리재정적자도 83조원에 달한다.

발등의 불은 중국 부동산 거품붕괴가 몰고 올 국내 파장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금융당국은 국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이 금융부실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 위험관리에 나서야 한다. 금융권도 손실위험에 대비해 충분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중국의 저성장에도 흔들리지 않는 수출·성장 전략을 새로 짜는 일도 시급하다. 민관이 힘을 합쳐 수출시장을 동남아·인도·중동·유럽·북미 등으로 다변화하고 이차전지, 인공지능(AI), 원자력발전, 바이오 등 신성장 동력도 키워야 한다. 정부는 수출기업의 현장 애로를 해소하는 맞춤형 대책과 세제·금융 지원, 규제 혁파, 수주 지원 등에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