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지난 5월 새만금 찾은 국무총리 일행…현장 점검 맹탕 논란

文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 발언 논란
대통령실·국민의힘 “적반하장” 비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파행에 대한 원인과 책임 규명에 대한 국민적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두 달여 전 한덕수 국무총리가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 기관인 여성가족부(김현숙 장관), 행정안전부(한창섭 차관), 문화체육관광부(전병극 1차관)를 비롯해 집행위원장인 전라북도 김관영 지사,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 권익현 부안군수와 함께 대회 준비 현장을 점검한 것도 보여주기식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17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리는 세계 잼버리 현장 글로벌 청소년리더센터를 방문해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으로부터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국무조정실 등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17일 새만금을 찾은 한 총리는 먼저 잼버리조직위원회를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김현숙 장관으로부터 잼버리 대회 준비상황을 보고받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번 대회는 대한민국의 저력과 위상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전 세계 청소년이 한국을 최대한 알고 느끼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잼버리공원에서 시설물 종합현황을 보고받은 한 총리는 스카우트 대원들이 실제 이용할 텐트와 화장실, 샤워장을 갖춘 숙영지와 편의시설 시범구역을 살펴본 뒤 침수·폭염·인파관리 등 안전대책도 점검했다. 한 총리는 “남은 기간 최악의 조건을 가정해 배수시설 등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대규모 인파 관리 등 철저한 안전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조직위와 관계 부처에 주문했다 아울러 “정부는 추진상황을 지속 점검하고 총력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정부와 관계부처, 전라북도, 조직위 등이 제 역할을 소홀히 하면서 잼버리는 대회 초반부터 온열 환자가 급증하는 등 파행을 겪었고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당시 총리 일행의 ‘맹탕 점검’ 논란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한 총리의 새만금 방문 때 국무조정실이 “그동안 한 총리는 세계잼버리 정부지원위원회를 주재하며 안전대책 등 분야별 진행상황과 정부지원방안을 꼼꼼히 챙겨 왔다”고 한 발표조차 허언처럼 들리는 이유다.

 

국민들 입장에선 “총리는 두 달여 전 현장 점검을 제대로 한 게 맞는지, 이후 정부와 조직위, 전북도는 대회 개최 전까지 뭘 한 것이냐”고 나무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뉴시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잼버리 파행 사태와 관련해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논란이 됐다. 잼버리 유치 후 대회 기반 작업 등과 관련한 지난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정부의 책임만 지적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며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새만금을 세계에 홍보해 경제적 개발을 촉진함과 아울러 낙후된 지역경제를 성장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여겨 대회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던 전북도민들의 기대는 허사가 되고 불명예만 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부디 이번의 실패가 쓴 교훈으로 남고, 대한민국이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며 “실망이 컸을 국민들, 전 세계의 스카우트 대원들, 전북도민들과 후원 기업들에게 대회 유치 당시의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적반하장”이라고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이 문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에 대한 입장을 묻자 “한 신문이 사설을 썼다. 적반하장이고 후안무치라고 평가했다”며 “그런 평가에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