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을 ‘건국운동’으로 규정한 것은 이른바 ‘건국절’을 둘러싼 오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진 1919년과 광복 후 정식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중 어느 한 시점을 택해 건국을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간 ‘뉴라이트’로 불리는 보수 진영 일각에선 1948년 8월15일 건국이 이뤄진 것으로 봐 이날을 건국절로 지정하자는 주장을 펴왔다. 반면 진보 진영은 헌법 전문 등을 근거로 “한국은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의 적통을 이어받았다”며 건국절에 반대해 왔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독립운동이 옛 조선 왕조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아니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독립운동을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을 세우기 위한 건국운동의 일환으로 해석함으로써 그 의미를 폭넓게 확장했다.
그동안 뉴라이트 계열 정치인과 학자들은 한국의 건국 시점을 1948년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해 왔다. 그러면서 1948년 취임한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상하이 임시정부는 당시 미국, 영국 등 주요국들로부터 합법 정부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또 임시정부에 관여했던 인물들 중에는 훗날 북한 정권에 참여한 사람도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임시정부를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시발점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1948년 건국론’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번에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 자체를 건국운동으로 간주했다. 1919년과 1948년 중 어느 시점 하나를 콕 집어 건국을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한국은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의 적통을 이어받았다’는 주장을 사실상 수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