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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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그플레이션 경고음… 韓, 곡물 수급대책 모색 시급”

KDB미래전략硏 보고서

슈퍼 엘니뇨·흑해협정 파기 겹쳐
수확량 줄고 안전 수출선도 위협
곡물자급률 20%도 안 되는 상황
가격 안정책·대체수입처 등 필요

올해 ‘슈퍼 엘니뇨’ 현상에 따른 곡물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까지 겹치면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이 급등해 물가가 오르는 현상)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곡물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애그플레이션 발생 시 타격이 큰 만큼, 곡물 수급 대책 및 대체수입처 모색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서울 시내의 한 전통시장에서 쌀과 곡물류가 판매되고 있다. 대표적 쌀 생산국인 인도와 중국이 폭우, 태풍 등 극단적인 기후 변화 피해를 보면서 국제 쌀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7월 쌀 가격 지수는 전월 대비 2.8% 상승한 129.7로 2011년 9월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15일 KDB미래전략연구소의 ‘애그플레이션 우려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2년 우리나라의 평균 곡물자급률은 19.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곡물자급률이란 사람과 가축이 먹는 식량(사료 포함) 가운데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비율을 뜻한다.

보고서는 “한국은 쌀, 서류(고구마·감자) 등 일부 곡물을 제외한 대부분 곡물의 자급률이 낮아 (애그플레이션 압력에 대비해) 수급 및 가격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1년 한국의 곡물자급률을 살펴보면 서류 94.2%, 쌀 84.6%를 기록했으나 대두(5.9%), 옥수수(0.8%), 소맥(0.7%) 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연구소는 올해 슈퍼 엘니뇨 발생으로 인한 주요 곡물 생산국의 수확량 감소와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파기 등을 애그플레이션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슈퍼 엘니뇨란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2도 이상 높은 경우를 일컫는 말로, 통상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으로 일정 기간 유지될 때 엘니뇨로 보는 것과 비교해 더 큰 온도 상승을 보이는 것이다.

슈퍼 엘니뇨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토양 생태계 교란과 해충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늘어나면 농작물의 생장이 저하되고, 결국 주요 곡물 수출국의 생산량 및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보고서는 “북미, 남미, 프랑스 등 주요 곡물 수출국은 이상 고온에 따른 가뭄이 지속돼 결실 부족 등으로 수확량 및 품질 저하가 발생하고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및 흑해곡물협정 종료는 곡물 가격 급등 우려에 기름을 붓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선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한 합의인 흑해곡물협정에 대해 지난달 17일 일방적으로 파기를 선언했다. 보고서는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탈퇴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 수출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며 “대체수입처 모색 등을 통한 곡물 수급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