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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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사망 보험금 가져가겠다” 50여년 만에 나타난 친모…법원 중재안도 거절

부산고법, 고(故) 김종안씨 사망 보험금 일부 친누나에게 지급하라는 화해권고결정
50여년 만에 나타난 친모…법원 중재안에 이의신청서 제출
이른바 ‘구하라법’ 국회 계류에 국회의원들도 책임 피할 수 없다는 비판 제기
2021년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던 중 폭풍우를 만나 생을 마감한 고(故) 김종안씨의 친누나 종선씨가 지난 6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54년 만에 나타난 생모가 동생의 사망 보상금을 모두 가져가려고 해 억울하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들 사망 보험금을 가져가겠다며 50여년 만에 나타난 80대 친모가 유족 측과 보험금을 나누라는 법원의 중재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2-1부는 친모 A씨에게 아들 김종안씨 사망 보험금의 일부인 1억원을 고인의 친누나인 김종선씨에게 지급하라는 화해권고결정을 최근 내렸다. 소송을 마무리 짓자는 취지의 법원 권고인데, A씨는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며 이 같은 법원의 중재안을 거절했다.

 

앞서 김종안씨는 2021년 1월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던 중 폭풍우를 만나 생을 마감했다. 논란은 그의 앞으로 나온 사망 보험금 2억5000만원과 선박회사의 합의금 5000만원 등 총 3억원가량의 보상금을 행정기관을 통해 소식을 전해 듣고 나타난 A씨가 민법의 상속 규정에 따라 모두 가져가겠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김종선씨는 지난 6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나와 눈물로 이 같은 사연을 호소했다. 김종선씨는 “갓난아기 때 자식을 버리고 재혼한 후 연락이 한 번도 없다가 자식이 죽자 보상금을 타려 54년 만에 나타난 사람을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느냐”고 울부짖었다.

 

김종선씨는 “생모는 친오빠가 1999년 41살 나이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을 때도 경찰서를 통해 연락이 갔지만 오지 않았다”면서 “정말 본인의 자식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계속해서 “죽은 동생의 법적 권리자는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와 우리 3남매를 키워준 고모 김옥씨, 친할머니”라며 “생모에게 버림받은 우리 3남매는 주린 배를 움켜잡으며 어렵게 살았지만, 할머니와 고모가 사랑으로 보살펴줬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생모는 우리 동생이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 우리를 보러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동생에게 빚만 있다면 과연 왔을까 싶다”며 “이 생모는 엄마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다”라고 거듭 울분을 토했다.

 

재산 상속을 반대하는 김종안씨 유족과 소송을 벌여 지난해 12월 부산지법 1심에서 승소한 A씨가 이번 법원의 화해권고결정마저 뿌리치면서 김종선씨는 오는 31일 열릴 재판부의 정식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여야 정쟁 속에 3년 가까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국회의원들도 이번 일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가수 고(故) 구하라씨의 오빠 구호인씨가 ‘어린 구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씨 사망 후 상속재산 절반을 받아가려 한다’며 입법을 청원해 ‘구하라법’으로 불리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서 의원은 양육을 게을리 하는 등 양육 의무를 위반한 이는 상속인이 되지 못하게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민법 개정안’을 2021년 국회에서 발의했고, 법무부도 지난해 6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이 역시 논의되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